매년 못난 자식이라 죄송합니다
-
한 해의 온도.잡담 2010. 12. 30. 04:49
한 해가 저문다. 계절이 티를 내며 세상을 덮는다. 옷깃을 세우며 찬 공기를 막아보지만 어김없이 한기가 스민다. 빨라지는 걸음을 따라 거리에 새겨지는 자국이 촘촘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앞서 있던 그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미끄러워 넘어질까 서로 잡고 가는 모습이 조심스럽고 굼뜨다. 넓게만 느껴지던 저 우직한 등판과 언제나 따뜻해 보이던 가슴 품 안이 왜 이리 좁고 서늘해 보이는지. 시간의 온도 차가 매섭다. 보폭이 따라 느려진다. 다가가 슬며시 내 손을 내민다. 이제야 속도를 맞출 수 있게 된 이 길이 조금만 길었으면 싶다. 머리에 어깨에 얹은 흰 것이 눈발 때문만은 아니겠지 생각한다. 내 마음 속 한 해 한 해의 온도가 조금씩 떨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