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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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잡담 2012. 12. 7. 04:39
때 이른 폭설이 도래했다. 아직 한겨울이 되기엔 한참 모자란 12월초. 싸래기처럼 날리던 가루들이 이내 굵어져 펑펑 쏟아졌다. 마치 요동을 치며 혼전으로 치닿는 하루하루 같다. 금세 질척해 더러워질 게 분명한데 깨끗한 척 모든 걸 덮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엉금엉금 기는 차들은 못 봐주겠다. 때마침 버스 엔진에서 들려오는 영감님 가래 소리. 미끄러움을 부끄러운 몸뚱이가 주체하지 못하는 건 사람이나 사물이나 비등하다. 괜시리 서글프다. 녹아서 물기로 엉망이 된 신발에 애꿎게 화를 풀어본다. 더딘 속도의 차들이 점점 도로에 쌓인다. 쌓이는 건 눈과 그리움만이 아닌가 보다. 강추위도 함께 닥쳤다. 겨울이다. 진짜 겨울이 시작되었다. 올해가 가기 전 따뜻한 소식을 꼭 좀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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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눈.잡담 2010. 3. 10. 05:58
김제동이 박대기 기자 역할을 지대로 하는 걸 보며, 조금 내리나 싶어 동틀녘 잠깐 옥상에 나가보니 눈이 정말 수북히 내려 앉았더라. 포근하게. 하지만 싸늘하니. 순간 지금이 3월 맞나 싶어 달력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적설량이 싸래기 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두터운 게 겨울 솜이불인줄 알았다. 이런 이런 지진에 폭설까지 계속되는 기상이변이 이제는 슬슬 두렵기까지 하다. 뭐야 이거 무서워. 벚꽃 피고 라일락 향기에 꽃놀이 가야 하는 날씨는 대체 언제 오는겨? 구름 잔뜩 끼고 눈빛에 반사된 새벽 풍경이 마치 NASA 사진으로 보던 화성 하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