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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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검은 꽃'책|만화|음악 2007. 4. 29. 22:20
본의 아니게 김영하의 책들을 연달아 보게 되었다. 사실 반쯤은 의도한 거고, 반은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전작주의를 중시하는 편은 아니지만, 다음 책, 이전 책들이 궁금해 그 작가의 책들을 계속 보게 되는 건 자연스런 일인 것 같다. 멕시코 이민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김영하라는 브랜드 네임에 비춰 조금 낯선 역사 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도만큼 야심도 엿보인다. 진중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운명과 역사의 굴레에서 발버둥치는 개인을 통해 민족의 불운과 아픔을 그리고 있다. 그간 도회적이고, 개인적인 모습들을 그리던 것과 또 다르다. 영화화가 진행된다고 했었는데, 몇년째 감감 무소식인 프로젝트.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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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책|만화|음악 2007. 4. 10. 23:29
동네 도서관에서 김영하의 책을 빌리는 게 쉽지 않다. 잘 팔리는 책이니까. 대출 예약이 장난이 아니라, 거의 포기하고 있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런데 운좋게 [빛의 제국]과 이 책 두 권을 동시에 빌릴 수 있었다. 진득하니 앉아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면 좋으련만, 특집을 맡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DVD 보느라 책 볼 시간이 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틈틈이 보고는 있다. 언제 또다시 빌릴지 대중없기에. 장편도 좋지만, 김영하의 묘미는 단편이다. 긴 호흡 염두해 볼 필요가 없기에 재기발랄하고 문장이 살아있다. 살인과 자연 발화, 이사와 콩가루 집안 얘기, 러브 스토리같은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소재들이 엉켜 김영하표 일상을 만든다. 디테일이 강하면서도 사념적이다.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겉은 아무렇지 않은 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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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빛의 제국'책|만화|음악 2007. 4. 5. 23:38
보려고 꽤나 기다렸던 책인데, 뜻하지 않게 도서관에서 빌리게 됐다. 내게도 이런 행운이? 존 르 까레 스타일의 첩보물에 보다 현실적인 색채를 가미시킨 퓨젼 소설이랄까. 강한 임팩트를 남기진 않지만, 가랑비에 젖어 무거워지는 코트처럼 헤비한 감수성이 있다. 솜씨있는 필력도 여전하고, 하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구성도 좋다. 2006년 현재에 386 세대들의 올드하며 구질구질한 자화상을 반추하며, 지금 시대에 누구도 생각 못할 간첩 이야기로 타자화시키는 날카로움이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다. 다만 끝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엔딩은 다소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영화화된다면 어떻게 각색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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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굴비낚시'책|만화|음악 2007. 3. 23. 03:57
김영하의 글은 재밌다. 글발이 세다는 건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거다. 정제되고 깔끔하게 빠진 소설에서보다 두런두런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에세이에서 그의 날카로움은 빛을 발한다. 거침없이 형식 무시하고 떠드는 자유스러움은 하루키의 조금조근한 에세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다소 뜬금없는 비교이긴 하지만, 김영하나 하루키나 모두 소설만큼 에세이가 재밌는 작가들이다. 솔직히 그들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다.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보라. [굴비낚시]는 글쟁이가 쓴 영화에 대한 얘기다. 박학다식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들과 잡담들로 무장한 18편 영화에 대한 18편의 글이 담겨있다. 때론 글의 거의 전부가 영화에 대한 얘기와 무관할 때도 있다. 말 그대로 낚싯글이다. 그래도 영화란 주제로 이런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