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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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잡담 2014. 1. 2. 05:50
출판자격증을 따고 써먹을 때가 없어 직접 만들어 쓰던 스케줄러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렇다고 값 나가고 이쁜 시중의 두틈한 다이어리를 집어든 것도 아니다. 그냥 형이 회사에서 받아다 준 얇디 얇은 수첩 하나로 올해를 버티기로 했다. 몇년간 스케줄러/다이어리를 쓰다보니 주객이 전도돼 스케줄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스케줄을 짜고 일상을 살고 있었다. 가끔 밀리기라도 하면 주변에 내가 뭘 했는지 악착같이 물어보고, 그래도 안될 땐 과거를 심하게 추측/미화해가며 칸을 꼼꼼히 메꾸고 있더라. 그러다 문득 이게 뭔 미친 짓인가 싶어 만들던 스케줄러를 때려쳤다. 내딴엔 과거와 미래를 잡아보기 위해 기록에 치중했던 건데, 오히려 현재를 놓치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오늘을 복기하려던 습관이 집착과 과욕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