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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후영의 '유럽여행 핵심사전 500'
    책|만화|음악 2013. 9. 23. 03:33


    두껍다. 그리고 무겁다. 보통의 경량화, 콤팩트화 되어진 여행책자만 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부피와 무게의 책과 만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유럽여행 핵심사전'이란 제목에 걸맞게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알록달록 올컬러로 꾸며진 깔끔하고 현란한 편집에 무엇보다 눈이 돌아간다. 거기에 꼼꼼히 주석처럼 달린 저자의 깨알같은 여행 포인트는 물론, 시원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의 사진들도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해댄다. 과거 비슷하게 나열되던 여행 정보에서 더 나아가 요즘의 트렌드와 숨겨진 정보들을 다루고자 한 노력과 시도도 인상적이다. 이쯤되면 과연 이 책, 여행 다니며 들고 다닐 수 있을까를 조심스럽게 고민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저자는 서두에서 명확히 이점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유럽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고. 오히려 유럽의 여행지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유럽여행 개론서에 가깝다고 말이다.


    김후영의 '유럽여행 핵심사전 500'은 다른 의미로 접근하는 여행서적이다. 여행지에서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코치하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단 유럽여행을 앞두고 계획을 세울 때 혹은 각 유럽 나라별 특징이나 동선을 파악하려 할 때, 전과나 사전처럼 들춰봐서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는 식으로 활용하는 게 더 유용해 보인다. 미시적이고 지엽적인 여행 가이드북과 달리 거시적인 시각에서 알찬 정보와 다양한 테마들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그렇다고 가이드북의 역할을 전혀 못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각 나라별 관광지와 쇼핑, 숙박업소, 음식점 등 모든 정보들을 (일부긴 하지만) 디테일하고 친절한 해설과 함께 수록하고 있다. 해외여행 전문 칼럼리스트로서 쌓아온 특유의 노하우와 취향이 돋보이는 시각의 가이드라 참고할만 하다. 다만 한계와 약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면과 분량의 제약으로 그 많은 유럽 국가에 대해 모두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큰 데, 따라 25개국, 25개 도시에 중점적으로 몰빵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 분량마저도 공평치 못하다.


    책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다. 유럽 각 국가들에 대해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여행 정보들에 대해 친절하고도 자세히 알려준다. 초심자들에겐 중요한 지침이며, 유경험자들에겐 지난 여행의 경험을 환기시키게 만드는 도입부다. 또한 자신의 유럽 여행을 가장 먼저 그리고 쉽게 설계할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 뒤를 이어 여행을 시작하기 전 가장 많이 나올 법한 질문들을 모아 유럽의 이모저모 테마여행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도시 베스트 5는?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베스트 포토제닉 장소는? 한국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괜찮은 곳은? 커플 여행자들에게 가장 어울릴 법한 로맨틱한 관광지는? 등과 같은 스물 다섯 개의 질문들을 통해 유럽 여행을 앞둔, 혹은 유럽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여행지를 그리고 있는가에 대해 사전적으로 점검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모든 기본적인 팁들이 끝나면 그제야 본격적으로 유럽의 각 국가들이 차례차례 소개되는데, 목차에서는 이를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핵심 나라와 유럽에서 인기 있는 베스트 지역으로 나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별 소개는 크게 11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조금 중복적이긴 하지만 나름 체계적이고 알아보기 쉽게 짜여져 있는 편이다. 제일 처음 그 나라에 대한 간략한 개요나 역사에 대해 알려주고, 그 나라의 장점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꼭 해야 할 포인트를 팁처럼 짚어주며, 그 나라의 주요 도시를 대략 3-4개 정도 나열한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별 특색들을 설명하며, 날짜별 여행 코스를 제시한다. 코스와 날짜가 표시돼 지도로 동선을 체크하며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하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보아야 할 것, 그 나라에서 먹어야 할 음식들, 그 나라에서 즐겨야 할 것들에 대해 유수의 여행 가이드북처럼 역사적, 사회적, 지리적, 정치적인 상황에 맞춰 꼼꼼하게 체크해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하나를 꼭 찝어 앞서 한 나라를 소개한 방식대로 똑같이 도시에 대해서도 꼼꼼히 체크한다. 이런 방식으로 소개되는 25개국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스페인, 스웨덴, 오스트리아, 그리스, 네덜란드, 체코, 벨기에,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터키,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폴란드, 헝가리다. 물론 나라 크기와 중요도에 따라 분량은 많이 차이난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고 면적도 넓은 서유럽이 동유럽에 비해 자세하고 많은 부분을 활애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차라리 지역별로 동서남북 분권해 더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다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물론 이는 독자보다 저자가 더 안타까웠을 부분이겠지만 사실 이 정도의 결과물도 대단하다. 기존의 여행서적과 다른 방향점을 목표로 이 많은 양의 사진과 정보와 지식을 조합하기 위해 흘렸을 지은이의 땀과 눈물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도 읽었겠다 슬슬 유럽 여행에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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