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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llow Monsters의 'RIOT!'
    책|만화|음악 2011. 7. 26. 05:14

    델리스파이스와 오메가3의 드러머 최재혁과 마이 엔트 메리의 베이시스트 한진영 그리고 검엑스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이용원이 뭉쳤다. 각각 걸출한 지명도를 자랑하는 한국 모던락 밴드의 멤버인 이들이 결성한 3인조 슈퍼밴드 옐로우 몬스터즈는 그러나 모체 밴드와는 전혀 다른 색채의, 하이 볼티지가 충만한 거칠고도 헤비한 사운드를 사방팔방 뿜어냈다. 얌전한 모던락의 흔적을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도 없을 만큼 파워풀한 펑크와 하드락의 경계를 오갔다. 그간 이같은 열정과 혼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나 싶으리만큼 강력하고 단단한 사운드였기에 단 한 번의 파격적인 실험이자 일탈적인 외도로만 생각했는데, 정확히 1년뒤 그들은 본업보다 더 부지런하게 두 번째 작업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났다. 무려 1집보다 5곡이 더 늘어난 15곡 꽉꽉 Full로 채운 앨범으로.
     
    1집도 그랬지만, 2집 역시 처음 앨범을 받아든 인상은 단순하고 강렬했다. 노란 원색의 배경에, 선동하듯 박힌 붉은 색 타이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실루엣 처리된 몬스터의 조화는 마치 이들의 음악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듯 하다. 변화구나 유인구 없이 직구만 내리 꽂는 스타일은 여전하지만, 펑크와 하드락에 올인하던 1집과 달리 이번엔 메탈과 하드코어, 모던락과 발라드까지 수비범위를 넓혔다. 여전히 첫번째 앨범처럼 이용원의 역할이 큰 게 (어쩌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잔뼈 굵은 베테랑들의 조합인지라 연주나 기교에 대해선 문답무용이다. 3명으로만 이루진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풍성하고 노련한 사운드에 폭풍연주와 감동콤보를 안긴다. 데뷔 앨범도 짧은 기간 동안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두 번째 앨범 역시 믿기지 않을 만큼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나왔다. 그만큼 강한 열정과 에너지가 뭉친 앨범이란 뜻이다.

    거침없는 슬래시 메탈의 파워를 들려주는 첫 곡 ''RIOT!!!'부터 달린다. 기타의 속주와 함께 질주 본능을 일깨우는 이 강렬한 폭동은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멜로디로 뇌속 깊이 잠들어있는 신경 세포들을 한껏 폭발시킨다. 그 분위기 그대로 이어가는 헤비한 사운드의 'God Damn FX' 역시 닥치고 달려! 느낌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단순한 가사지만 이처럼 원초적으로 내뱉는 시원한 배설의 쾌감을 담아낸 곡이 또 어디있을까 싶을 만큼 신명난다. 한 곳에 집중! 이란 가사가 쏙 머리에 들어와 박히는 하드락 넘버 '앵무새' 역시 그 명쾌함과 단순함이 확 끌리는 노래. 획일적인 모습에 지친 사회에 대해 시니컬하게 다가오는 의미심장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들이 처음 결성된 날짜와 의미를 곱씹는 '4월 16일'은 이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피아노와 스트링이 가미된 넘버로 초반의 발라드가 후반에 이르러 펑크로 변하는 장르적 쾌감이 일품이다. 메탈 사운드로 중무장한 'The END'는 현 가요계에 대해 뜨거운 일침을 가하는 풍자적인 가사로 샤우팅과 이펙트 먹힌 보컬이 귀를 얼얼하게 만든다.
     
    분위기를 바꿔 이들의 주종목인 모던락 사운드로 회귀하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는 경쾌하고 상큼한 노래다. 반복적인 가사와 매력적인 기타루프, 변칙적인 드럼비트가 가슴 깊이 각인된다. 희망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이들의 출신 성분이 어디였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베이시스트 한진영이 작곡한 'Walking in the Rain'은 다시 총알택시마냥 거침없이 달려가는 속주의 매력이 담긴 하드락. 샤우팅하다 기침으로 끝맺는 분위기가 재밌다. 그 뒤를 잇는 펑크락 'Liar' 역시 찬물에 발을 담글 때의 기분이 들 정도로 몰아치는 짜릿함으로 중무장한 곡이다. 가식을 과감히 날려버리겠다는 가사가 곡의 전반적인 스타일과 매우 잘 어울린다. 나른한 기타로 포문을 여는 'Time' 역시 한진영이 작곡한 트랙으로 씁쓸한 기운이 감지되는 모던락이다. 변해가는 모습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을 담아낸 가사가 공허하면서도 진한 잔상을 남긴다. 그 뒤를 잇는 'Beer'는 제목 그대로 맥주에 관한 곡. 맥주 따르는 소리로 침을 삼키게 만드는 이 경쾌한 하드락은 맥주 CF에도 꽤 잘 어울릴 법한 시원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파워풀한 사운드의 진수를 펼쳐보이는 건 'Dig Drunk'다. 2분이 채 안되는 짧은 소품이지만 이보다 더 분위기를 띄우기 좋은 인서트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달리고 또 달리는 강력한 펑크락이다. 드러머 최재혁이 작곡한 '끝인사'는 그간의 분위기를 잠깐 마취라도 하겠다는 양 생뚱맞게 등장하는 일탈적인 락발라드. 피아노락을 구사했던 그의 전 밴드 '오메가3' 느낌도 다소 느껴지고 벤 폴즈스럽기도 하다. 다만 앨범 흐름상 맨 끝에 위치했다면 그 느낌이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서 다소 아쉽다. 절규하듯 알러뷰를 외치는 'I Love You'는 Ohio Player의 'Love Rollercoaster'에서 나온 익숙한 루프를 차용해 만든 팝넘버. 달콤하고 편안한 목소리의 로지피피가 피쳐링한 게 무색(?)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박력을 선보인다. 현란한 기타와 약동하는 드럼이 여전히 200km의 속도로 질주하는 '옛날 친구들'은 멜로디만 놓고보면 상당히 고전적인 구석이 있지만, 빈틈없이 꽉 짜인 무게감의 열정어린 편곡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차가운 비'는 최재혁의 곡으로 역시나 그의 전 밴드 '오메가3'레서 파생된 서정적이고 스산한 매력의 모던락이다. 본류로의 회귀랄까. 국지성 호우만큼이나 강한 울림을 주는 노래다.
     
    뜻이 맞는 이들을 만나 하고 싶은 음악을 펼쳐보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여러 밴드를 거쳐오며 자신의 뜻과 반하는 음악에도 참여하고, 음반시장의 수축으로 장르에 대한 제약도 분명 받을지 언데, 이렇게 본업보다 더 부지런한 프로젝트성 앨범을 매년 낼 기세로 덤벼드는 옐로우 몬스터즈는 진정 대단한 몬스터 그룹이다. 부디 매년 여름 이렇게 개근을 찍어줘도 괜찮을 듯 싶다. 풍성하고 단단한 사운드에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그들의 음악은 그 어떤 에어컨이나 쿨의 댄스뮤직보다 시원하고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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