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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NNY의 'JONNY'
    책|만화|음악 2011. 5. 11. 07:02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불어온 좋은 노래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음원 차트 순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그 전부터 존재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도 미션곡이라는 미명하에 옛 명곡들이 편곡되어지고 다양한 재능에 의해 소화되어져 왔는데, 익히 들어서 아는 노래라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색다른 해석에 의한 재미가 덧입혀지며 무한한 파급력과 호소력을 낳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시봉 특집에서도 이런 일면들이 쉽게 입증되기도 했고. 따라 복고와 회귀라는 테마는 현재 트렌드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세대를 거쳐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양분이자 시장의 새로운 킬러 컨텐츠로 계속 소비될텐데, 언제까지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너무 많은 그리고 흔한 시도들로 인해 그 가치가 바래지고, 지겨워지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고 하지 않을까 조금 우려도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지향적인 색채를 온전히 현재의 음악색에 투영시키고 이식해낸 조니(Jonny)의 첫 앨범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핏 들으면 6-70년대의 록큰롤을 이제 막 꺼내온 듯 생생한 탄력과 싱그러운 감성의 사운드를 펼쳐보이는데, 구닥다리 좀약 냄새가 나는 옷장 속의 LP판 느낌이 아닌 그 시절로 타임트래블을 해 막 발표된 음악을 접하듯 신선하고 짜릿하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공을 쏟아 레트로한 분위기를 만든 건 절대 아니고, 자연스럽고도 소박한 맛이 전해오는 게 편안하기 그지 없다. 리메이크와 복고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자신들이 즐겨왔던 그리고 듣고 싶었던 노래들을 자연스레 하다보니 나온 결과물처럼 순수한 열정과 재미 그리고 행복이 넘쳐 나온 셈이다. 거기에는 '틴에이지 팬클럽'으로 복고지향적인 색채의 말랑말랑하고도 유쾌한 록큰롤을 선보인 바 있는 역전노장 노먼 블레이크와 웨일즈어로 노래한 '고끼스 자이고틱 먼키'에서 싸이키델릭과 포크락의 경계를 허물며 독특한 감수성을 선사한 바 있는 유로스 차일드의 삼화취정 三花聚頂의 결실이 담겨져 있다. '조니'는 단순한 두 경험 많은 브리티쉬 밴드맨의 결합이라는 공식을 넘어선, 감동과 전율의 복고지향성을 완성해냈다.

    시작부터 경쾌하다. 글램록의 기운을 물씬 풍기며 자신들의 색채를 명확히 규정짓는 첫 곡 'Wich is Wich'는 반복적인 코드 진행과 단순하지만 함축한 가사로 귀를 사로잡고, 둘의 화음이 무그톤의 키보드와 어루어지는 'Candyfloss'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꽉 짜인 연주가 어깨를 들석이게 만든다. 그 뒤를 잇는 'Waiting Around for You'은 또 어떤가. 경쾌한 피아노와 기타가 어우러져 록큰롤의 전형이자 표본을 제시한다. 싸이키한 매력이 짙게 풍겨져 나오는 개러지락 'Goldmine'가 끝나면 분위기를 바꿔 언뜻 CCR의 사운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편안한 템포의 'You Was Me'와 포크락의 기운을 잔뜩 품은 서정적인 매력의 'Circling The Sun'이 이어진다. 'English Lady'는 컨트리적인 색채마저도 감지되는 것이 그들의 음악적 접근이 어디까지 맞닿아 있는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모두 노먼과 유로스의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음색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노래들이다.
     
    나른한 기타의 울림과 저 뒤편으로 은은히 깔리는 키보드 소리가 마치 사이먼 앤 가펑클을 떠올리게 만드는 포크송 'The Good Night'이 끝나면 장난스럽고도 재미있는 피아노 독주에 맞춘 보드빌 스타일의 'Bread'가 이어진다. 뒤로 깔리는 아름다운 화음이 단촐한 구성과 진행을 만회하며 곡 전체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비치 보이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서핑 음악 스타일의 'Cave Dance'은, 그러나 2분이 넘어가며 점차적으로 아방가르드하며 싸이키델릭한 매력을 선사하는 아트록으로 진화해간다.  무려 10분이 넘는 점층적인 사운드의 변주는 이들이 단순히 복고지향적인 스타일에만 머물지 않고 실험적이고 색다른 시도를 거쳐 자신만의 사운드를 완성해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다소 길었던 항해가 끝나고 이어지는 'I Want To Be Around You'는 앞서 나왔던 'Circling The Sun'와 유사한 편안한 감수성의 포크락이다. 그 다음 곡인 'I'll Make Her My Best Friend' 역시 'English Lady'처럼 컨트리 냄새 물씬 나는 노래. 짧지만 행복한 감수성을 전달하는 데엔 문제없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Never Alone'는 혼자서 낙엽 밟는 가을날의 기분을 뭉씬 전달하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노래로 약간의 여운을 짙게 남기는 엔딩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앨범은 사실 여기서 끝나지만, 국내 버전은 보너스로 지난 2010년 10월에 이들이 처음 발표한 EP 앨범을 같이 수록하고 있다. 앞선 정규 앨범과 달리 다소 투박한 레코딩 상태를 들려주지고 있지만, 이들의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깊이만큼은 확연히 느낄 수 있는 4곡이 반짝반짝 빛난다. 제목만큼이나 경건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는 'Gloria', 해변에서 캠프 파이어에 불 피워 놓고 박수치며 따라 부르고 싶은 'Beach Party', 자연스레 과거를 떠오르게 만드는 신나는 록큰롤 넘버 'Continental', 그리고 아름다운 화음이 어우러지는 포크송 'MichaelangeloI'가 차례대로 흘러나오고서야 진짜로 앨범이 끝을 맺는다.
     
    단순한 리메이크만으론 발전할 수 없다. 스타일을 카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산전수전을 겪은 두 밴드맨은 이에 정공법을 택한다. '조니'는 과거지향적인 록큰롤 사운드를 택하면서 추억과 장르에 함몰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주력하고 빠져들었던 다양한 장르를 가져와 결합하고 비틀며 끊임없는 생기와 열정의 혼을 불어넣는다. 그러면서도 편안하니 듣기 좋은 멜로디와 따뜻한 감성을 어우르고 있다는 건 놀랍다. 이를 들으며 '나는 가수다' 열풍에서 더 나아간 우리 가수들의 노력과 색다른 시도도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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