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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빈의 'Sad Ending'
    책|만화|음악 2011. 3. 24. 06:30


    슈퍼스타에,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가 범람하고, 아이돌이 공룡처럼 지배하며, 조금만 지나도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버리는 현 가요계 트렌드에서 이제 막 데뷔를 앞둔, 그리고 막 데뷔를 한 신인가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적어도 노래를 듣고 즐기는 청자聽者의 입자에선 너무나도 예능화되고 희화화되며 가볍게 소비되는 모습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시대의 변화이고 조류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어디까지나 머리로서 그런 거고, 아직도 가슴으론 진짜 가수와 가짜 가수의 경계가 그어지고 나누어지며 소비되어진다. 스타트 라인에서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그들 또한 대중의 이중성을 누구보다 쉽게 느끼고 두려워하지 않을까. 허나 분명한 건, 그 가슴 떨리는 유쾌한 두근거림이, 죽을만치 무서운 설레임이 그들을 노래하게 하고, 리듬 타게 만든다는 거다.

    허스키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을 지닌 문빈은 작년 가을에 갓 데뷔한 생짜 신인가수다. 노블사운즈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 발탁돼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비록 폭발적인 반응과 대규모 기획사의 풍부한 지원을 등에 업진 못했지만, 이렇게 두 번째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며 꿈을 향해 한 발 한발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싱글이었던 '미쳤었나봐'에 이어 이번에도 케이넌과 신예 작곡가 그레이의 전폭적인 도움을 얻은 이 앨범은 복고적인 색채의 발라드 '눈에 밟혀서'와 애절한 슬로우 잼 분위기의 '잊을 수 있을까' 두 곡이 담겨있다. 원체 음원 형태로만 발매되었던 터라 받아본 앨범은 CD-R 타입에 다소 투박한 디자인을 보이고 있지만, 애수가 짙게 묻어나는 그녀의 음악만큼은 그런 투정을 부릴 새도 없이 감정의 파고 속으로 정처없이 헤매이게 만든다.

    자신의 색채감을 드러내는 데엔 아직 많이 미숙해 보이지만, 감정을 오롯이 소화해내는 능력이나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표현력은 보컬리스트로서 좋은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에 짙은 립클로스를 칠하는 것 같은 찰진 질감의 보이스와 노련한 호흡, 그리고 리듬감은 오토튠으로 수정되고 범벅되어가는 현재의 획일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아날로그틱한 정서의 참맛이 느껴진다. 89년생이라는 나이에 비해 세상의 깊이감에 일찍 눈을 뜬 듯한 성숙함이 묻어나는 발라드 '눈에 밟혀서'는 초반의 드라이한 전개와 달리 후반에서 드라마틱한 감성을 분출하는 애상의 노래이고, 슬로우 템포 R&B '잊을 수 있을까'는 그녀의 소울충만한 감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시리고 또 시린 이별가다. 9분이 채 안되는 짧은 추억의 복기復棋지만, 그 뜨거웠던 순간만큼은 지금도 남아 기억 저편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우량주. 호소력 짙은 창법과 매력적인 음색, 시원한 기교를 갖추고 있는 만큼 다양한 경험과 뚜렷한 존재감만 획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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