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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앱티드의 '나니아 연대기 : 새벽 출정호의 항해'
    영화|애니|TV 2010. 12. 19. 05:51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영화 시장의 화려한 포문을 열어제친 건 두 편의 기록적인 성적을 올린 판타지물이었다. 가히 판타지 소설계의 바이블이라 부를 수 있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바이블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판타지 소설계의 아이돌 J.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바로 그것! 물론 그 전에도 레이 해리하우젠의 특효가 빛난 [신밧드의 대모험]과 [아르고 황금대탐험], [타이탄족의 멸망] 등이나 [엑스카리버], [코난 더 바바리안], [용과 마법구슬], [라버린스], [윌로우]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드래곤하트]까지 꽤 많은 영화들이 나오긴 했지만, 이 두 시리즈처럼 짧은 시간 안에 지속적인 시장파괴력과 놀랄만한 세계장악력을 보여준 예가 없었기에 할리우드 제작자들로 하여금 수많은 판타지 소설들을 섭렵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할리우드는 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너도나도 대형 판타지물을 쏟아 내었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과 [에라곤], [황금나침반], [문 프린세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잉크하트], [스타더스트]와 [틴에이지 뱀파이어(대런 샌 시리즈)].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등이 그 세례를 받고 자란 결과물들로 안타깝게도 모두 흥행에 좌초되어 장기 시리즈가 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 중 유일하게 꺼질듯한 생명력을 간신히, 아주 간신히(!) 지속한 시리즈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니아 연대기'다.
     
    영문학자이자 종교학자로 이름을 날린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과 여러모로 비견된다. 북유럽 신화와 고대 설화를 집대성해 자신만의 세계로 승화시킨 방대한 분량의 현학적인 톨킨과 달리 루이스는 철저하게 기독교 사상에 모티브를 두고 아동문학적인 색채를 부각시킨 것이다. 총 7권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지금까지 출판연도 순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사자와 마녀와 옷장] 전편의 이야기이자 나니아 창세 신화에 해당되는 '마법사의 조카'와 [캐스피언 왕자]과의 사이 외전이라 볼 수 있는 '말과 소년'이 페번디 가의 남매들을 대상으로 한 주요 이야기에서 빗겨나 있어 앞선 이야기임에도 통일감을 위해 빠졌다. 만약 이후 시리즈가 지속된다면 유스터스가 주인공으로 바톤 터치할 [은의자]와 [마지막 전투]가 남아있지만,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디즈니에서 20세기 폭스로 배급사가 바뀌는 - 기구한 운명을 거친 상황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동시 개봉한 미국 반응은 상당히 미지근한 상태라 이대로 가단 페번디 일가 삼부작으로 막을 내리지 않을까 싶은데, 용까지 변신해가며 주인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유스터스에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사실 배급사가 바뀌며 나니아 연대기 세번째 시리즈인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외적으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슈렉 1,2]편의 감독이자 [사자와 마녀와 옷장], [캐스피언의 왕자] 감독이기도 했던 앤드류 아담스가 일선에서 물러나 제작에 크레딧을 올리고 있으며, 그와 함께 세계관을 책임졌던 음악가 해리 글렉슨 윌리암스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로저 포드,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매만진 편집자 심 에반-존스가 하차했다. 그리고 베테랑 연출자 마이클 엡티드를 영입하며 그와 파트너쉽을 이뤄온 음악가 데이빗 아놀드와 편집자 릭 쉐인이 새로이 합류했고, 명촬영감독으로 손색없는 단테 스피노티와 최근 블록버스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배리 로빈슨이 여기에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연출과 편집의 교체로 인해 시리즈 중 가장 스피디한 전개를 보인다는 - 그래서 가장 짧은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 것. 내적인 변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페번디 남매 중 첫째인 피터와 둘째 수잔이 나오지 않으며(얼굴을 비추긴 하지만 거의 카메오에 가깝다), 시리즈 최초로 3D로 촬영되었으며, 육지가 아닌 바다가 주무대로 나니아의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며, 그런 이유로 데우스 마키나의 사자 아슬란은 [캐스피언 왕자]보다 더 적은 출연 분량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변화들로 인해 시리즈는 더 좋아졌을까.
     
    잘 모르겠다. 마이클 앱티드가 괜찮은 실력의 드라마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규모를 통제하는데 있어 그렇게 효율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나마 길고 방만했던 전편들에 비한다면 훨씬 집중력있고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주긴 하지만, 원체 작은 모험담을 현 유행에 맞춰 '캐리비안의 해적'같은 스펙타클 해양 액션 서사시로 풀어냈으니 어그러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내면적인 적과 싸우는 자신의 이야기가 그다지 비주얼적으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양을 가로지르는 중세 모험담이 속도가 날리도 없으니 엔딩의 규모를 키운 제작진의 고심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다지 3D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만듦새는 많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꿋꿋히 2D만을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트랜스포머 2]를 2D로 결정한 마이클 베이의 경우도 있었는데, 티켓값을 의식한 수뇌부의 선택이 과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나마 종교적인 색채가 점점 약해진다는 건 감사할 점. 미리 선두를 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와 [트론: 새로운 시작]의 공세 속에서 후반에 치고 나올 [황해]와 [라스트 갓파더]의 선전을 얼마나 방어해낼 수 있을까가 후속편의 운명을 좌우할 듯.


    스케일과 스타 그리고 원작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다면 킬링타임용 편안한 판타지물로 바라볼 수 있는 미덕은 갖춘 시즌용 블록버스터다. 동화스러운 게 밋밋해보이고 유치스럽게 느껴진다면 조금은 생각을 바꿔 자극적인 입맛에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반성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가득이나 안과 밖으로 날치기를 두고 대치중인 난장판 국회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입장에선 더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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