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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W.S. 앤더슨의 '레지던트 이블4 : 끝나지 않은 전쟁 3D'
    영화|애니|TV 2010. 9. 23. 05:31

    세상과 기술이 발달해 아무리 영화같은 게임이 나온다 해도 영화와 게임은 혼연일체될 수 없는 숙명을 타고 났다. 체험을 통해 인터렉티브(interactive)한 교감을 이끌어내는 게임과 달리 감상을 통해 연출자의 의도를 다이렉트(direct)로 전달하는 영화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 인기 게임을 영화화하기 위해선 필수불가결의 각색이란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많은 원작팬들이 동의할 수 없다고 해도 폴 W.S. 앤더슨은 그걸 꽤 잘 해왔던 감독이었다. 할리우드 입봉작이었던 [모탈 컴뱃]을 비롯, [바이오 하자드]를 원전으로 삼은 이 시리즈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또한 게임이 밑바탕이었다는 걸 상기해보면(그가 만든 총 8편의 영화 중 무려 반에 해당한다!), 또 비평적으론 욕을 먹었을지언정 상업적으로 이 작품들이 모두 실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는 진정한 능력자인지 모른다. 역시나 같은 게임을 원작으로 극악의 영화들(하우스 오브 데드, 어론 인 더 다크, 파 크라이, 포스탈 등은 대표적으로 골로 가버린 비운의 희생양들)을 선보인 우베 볼 같은 양반과 비교해본다면 그를 가히 게임원작界의 스필버그라 불러줘야 마땅하지 않을까.


    8년이라는 세월동안 남들이 기대하건 욕을 하건 묵묵히 시리즈를 이어온 [레지던트 이블]의 핵심은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와 폴 앤더슨 감독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두 사람이 결혼에 골인한 것도 무시못할 환상의 짝꿍 호흡을 보인 요인이겠지만, 게임에선 비중도 없던 앨리스란 캐릭터를 그만큼 강렬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던 그녀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과 할리우드에서 처음 제작과 각본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시리즈에 대한 강한 애착이 묻어나는 감독의 각고의 노력이 장기롱런을 이어오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매 시리즈마다 다른 인물들을 내세우면서도 연관성을 이어나갔던 게임과 달리 앨리스의 시점을 포기하지 않는 영화는 첫편부터 영화와 게임이란 장르에 대해 선을 긋고 다른 지점을 향하겠다는 의지와 포부를 보였는데, 대신 게임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캐릭터들 그리고 스토리의 유사성을 적절히 활용해 원작팬들에게 재미를 주겠다는 건 미련하게 게임 설정을 쫓아 캐릭터들의 매력치를 낭비하던 여타의 게임 원작 영화들과는 분명 다른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게다가 '연구소를 탈출해라'의 1편, '개발자의 딸아이를 구출해라'의 2편, '박사를 죽여라'의 3편처럼 1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간단 명료한 영화의 줄거리도 게임 미션과 같은 형태를 지녀 게임스런 영화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줘 왔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시리즈를 지속하며 탈인간化되던 주인공과 그로 인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던 호러적 긴장감이 떨어져 버리고만 건 최대의 실책이었지만.


    산으로 가던 시리즈를 결국 초심으로 돌리기 위해 투입된 건 바로 1편 감독이었던 자기 자신. 설정의 방만함을 자책이라 하듯 영화는 다시 앨리스의 능력치를 줄이고(무려 폭탄 한방으로 간단하게 복제 앨리스들을 처치해버리는 대범한 보너스까지!), 원작 캐릭터였으나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크리스 레드필드를 필살기마냥 등장시켜 기대감을 자아낸다. (감옥에 갇혀있어야 할 그 배역엔 무려 탈출에 일가견있는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를 기용하는 센스까지!) 게다가 유행엔 뒤쳐질 순 없었는지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에 쓴 퓨전 카메라 시스템을 도입해 실감나는 3D 효과를 주며 체험하는 영화로서 게임과 닮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숨기지 않는다. 문제는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스토리상 녹아들지 못한, 낭비된 컷들이라는 게 대부분이라 아쉬울 뿐.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놀랄만한 반전을 주며 끝맺는 방식 역시 여전한데, 이쯤대면 이젠 놀랍지도 않다. 그려려니 다음 편에서 앨리스가 해결하겠지 하고 받아들일 뿐. 시리즈 사상 가장 좋은 북미 오프닝을 기록하고 있고, 내심 세계수익도 2억불을 기대해볼 수 있는 만큼 다음 편 제작 역시 확실해 보이는데, 과연 (이제는 좀비물이라고 하기도 뭣한) 이 시리즈를 얼마나 이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내용보단 다음 떡밥이 더 기다려지는 건 거의 [쏘우] 시리즈와 맘 먹는듯.

    그래도 라라 크로포트도 짧디 짧은 생명력으로 단명한데 비해, 시고니 위버 이후 가장 강력한 여전사 포스를 내뿜는 그녀의 쌍권총 자태와 몸사리지 않는 액션에 현혹되지 않을 자가 누구랴. 즐기고.. 대신 잊으면 그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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