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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뉴욕을 털어라'
    책|만화|음악 2010. 9. 8. 23:55
     
    이 양반의 단선적이지만 파워풀한 플롯과 벼룩의 낯짝까지도 팔아치울 것 같은 냉랭함이 엿보인 [인간사냥]이란 작품을 정말이지 좋아했다. 학창시절 내게 레이먼드 챈들러가 교과서라면, 리차드 스타크(웨스트레이크의 필명이다!)는 참고서였다고나 할까. 얼음장을 맨발로 걷다 걸린 동상처럼 화끈하면서도 차거운 시니컬함은 그간 내가 존경하던 청교도적인 도덕관의 캐릭터들을 저 멀리 발로 뻥 차버렸다. 나쁜 남자가 인기 끌수도 있음을 그 때 어렴풋하게 깨달은 건지도 모르겠다. 우습게도 도트문더가 처음 나오는 [뉴욕을 털어라]는 [인간사냥]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 데칼코마니 버전에 가까웠지만, 극은 극으로 통한다고 이 작품 역시 너무나도 맘에 들고 말았다.
     
    하나의 보석을 훔치기 위해 무려 전시관, 감옥, 경찰서, 정신병원 그리고 공항(정확하게는 경비행기)마저 터는 주인공 일당들의 개고생은 천편일률적인 표현이지만 시종일관 빵빵 터지고, 배꼽을 잡게 만든다. 앞뒤 거두절미하고 쓸떼없는 수식 하나없이 본격적인 사건으로 접어드는 스피디함과 생각치도 못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파커 시리즈의 작법을 연상케하지만, 거기 없는 게 여기 있으니 바로 웃음이다. 하긴 쓴웃음도 웃음이라면 100% 부정하진 못하겠지만. 이 소설엔 바보들의 대행진이자 7-80년대 대작전 시리즈라 이름붙인 그 수많은 영화들의(이른바 케이퍼 무비라 칭하던) 유쾌함이 숨겨져 있다고나 할까. 제발이지 누가 로버트 레드포드와 조지 시걸이 나온 1972년도 영화 좀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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