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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철의 '철기문'
    영화|애니|TV 2010. 2. 26. 02:17

    GV에서 오승욱 감독도 지적했지만, [철기문]이야말로 관통의 이미지가 가장 극단화돼서 나온 장철 영화다. 그동안 장철은 썰고, 베고, 찌르고, 자르고 온갖 폭력성을 시도했지만, 이 작품만큼 일관되게 관통하는 걸로 밀어붙인 작품도 드물다. 처음엔 젓가락이나 칼, 대나무로 시작해 마지막엔 깃발이 달린 장창이 배를 관통해 피칠갑이 된 깃발이 슬로우로 펼쳐질 땐 경탄의 신음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그 처연한 아름다움이, 아찔한 공포가 한데 얽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을 준다. 극단적인 고통의 표현과 신체 훼손을 통해 역설적으로 생(生)에 대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강렬한 폭력 미학은 후반기 베놈스(Venoms)를 만나며 더욱 더 꽃을 피웠다.
     
    개인적으론 그의 이런 후기작들이 좋다. 잔기교와 아크바틱, 스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상상을 뛰어넘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액션 디자인을 선사하는 시각적 쾌감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 펄럭이는 깃대로 싸우는 슬로우 액션이나 8명의 인상적인 자객들이 순차적으로 공격해오는 기가 막힌 발상은 샘 페킨파나 구로자와 아키라도 꿈꿀 수 없는 장철만의 세계다. 죽어도 죽어도, 아니 죽으면 죽을수록 더 더욱 강렬해지는 장철의 핏빛 남성 판타지는 고독하고 슬프지만 우정과 땀내가 어른거리는 비장미의 극치를 향해 끝없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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