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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익준의 '똥파리'
    영화|애니|TV 2009. 12. 6. 23:58

    어딜 가나 똥파리 같은 존재들이 있다. 늘 더러운 데 꼬이고, 이 세상에 별 필요도 없을 법한데 생존해 있는 그런 골치 아픈. 그렇다고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고, 그냥 콱 눌러 죽일 수도 없고, 애매모호한 포지션으로 어느새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리고 마는.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껌딱지보다도 더 불유쾌한 존재들. 양익준은 그 존재의 태생을 깨어진 가정과 대물림되는 폭력에서 발견했나 보다.
     
    퍽하면 치덕이는 욕설과 동방예의지국을 엿멕이는 폭력이 주는 불편함은 그런 똥파리의 존재감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관계와 소통, 사랑의 아이러니를 깨닫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표현은 항상 올곧지 않고, 거짓은 진심의 다른 모습이니까. 그 얼얼함이 수반된 고통과 이해를 거쳐야 숙성된 포용력과 깊은 설득력이 생겨난다. 각박하기 그지 없는 동정 없는 세상, 다른 필드에서 소통하고자 꿈틀대는 구더기의 진심어린 자아성찰기인 셈이다.
     
    저예산과 완성도를 떠나 대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정직한 감정. 이는 뜨거운 열망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낳았고, 진짜를 만들어냈다. 이게 버겹지만 원초적인 - 독립영화가 갖는 네멋대로 해라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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