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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저메키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영화|애니|TV 2009. 12. 2. 05:01

    스크루지 이야기가 이렇게 어둡고 무서웠었나. 해피엔딩의 깔끔한 동화라고 막역히 생각하던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동화 속의 배경을 떠올려보니, 산업혁명이라는 격변기 아래 매캐하게 뒤덮힌 매연과 찌든 공업화에 팍팍하게 매말라 가는 도시의 삶, 그리고 점점 더 벌어지는 빈부격차 등이 음울한 시대상을 암시하기도 했던 것 같다. 대외적으로 부강한 빅토리아 왕조의 풍족한 이면엔 썩을대로 썩어 문드러진 천민의 비루한 삶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렬했던 건 인간미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던 스크루지의 비정한 욕심과 아무도 없는 썰렁한 대저택의 암흑에서 차례대로 나온 유령 체험담의 공포였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기쁨은 대비효과로 더 크게 각인됐을 뿐이다.
     
    찰스 디킨스의 이 고전적이고 고딕적인 세팅은 비현실적이고, 창백하게 인간을 흉내내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퍼포먼스 캡쳐와 꽤나 잘 어울린다. [폴라 익스프레스]와 [베어울프]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을 선사하진 않지만, 맞춤옷처럼 꼭 들어맞은 기술력과 호러적인 분위기는 훨씬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이다. 물리법칙들을 무시하고 강렬하게 날아다니고 달려가는 시각적 쾌감은 여전하며, 놀이동산 못지않게 체험적인 황홀감을 안겨준다. 점점 더 저메키스는 이 기술에 능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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