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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신우의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
    영화|애니|TV 2009. 12. 1. 04:00

    각색은 필요악이다. 영화화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과정이지만, 그 각색이 원작을 갉아먹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 택한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공을 가로막는다. 잘 되면 본전, 대부분은 쪽박. 재조립의 길은 항상 어렵다. 900 페이지 분량에, 20년에 가까운 시간, 방대한 인물이 쏟아져 나오는 [백야행]을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기 위해 변신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요체는 그 변신한 모습이 잘못됐다는 데 있다.
     
    소설은 이기적이라 할 만큼 차겁고 드라이했고, 일드는 닭살 돋지만 눈물 빼는 신파 멜로였다. 영화는? 시간에 쫓겨 분위기만 조성하다 멍청해졌을 뿐이다. 문어체적인 대사는 어색하고, 칼처럼 날이 선 캐릭터들은 무뎌졌으며, 계속된 백조의 호수는 거슬린다. 좋은 배우와 스탭들을 데리고도 그 역량을 뽑지 못한 감독의 책임이고, 이 방대하고도 무거운 양의 원작을 신인에게 맡긴 제작자의 문제다. 왜. 왜 하필 지금 [백야행]이었을까. 애초부터 잘못 끼운 단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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