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윤제균의 '해운대'
    영화|애니|TV 2009. 7. 31. 01:13
     
    윤제균도 벌써 데뷔 10년차에 5번째 장편이다. 언제까지 섹시, 조폭 코미디만 찍을 수도 없는 노릇. 모처럼 스케일을 키워 해운대가 메가 쓰나미에 쑥대밭이 된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플롯팅을 들고 나타났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가 [퍼펙트 스톰]을 만난 격인 이 영화, 그러나 시각적 쾌감이 강렬한 히어로즘 대신 지역색이 충만한 코미디 군상극으로 승부를 건다.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간다는 영리함이 묻어나는 지략인셈. 제 몫을 하는 좋은 배우들과 한층 여유로워진 감독의 코미디 솜씨는 나무랄데 없는 궁합을 보인다. 클라이막스에서 눈물 짓게 만드는 감동의 휴머니즘은 보너스.
     
    문제는 이 영화가 재난 영화라는 사실이다. 끝날 때까지 쓰나미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건 오로지 박중훈뿐, 나머지 캐릭터들은 단지 해운대가 배경인 사람들로 각자의 심각한 문제들에 집중한다. 그 사연이 너무 많고 길어, 해운대가 박살난다는 메인 태그는 어느새 뒤로 밀리고 만다. 그렇게 1시간 반쯤 머리 속에서 이 영화가 재난 영화다란 사실이 지워졌을 때쯤 모든 일들의 해결책처럼 몰려오는 높디 높은 파도의 공격은 다소 맥이 풀리고 당혹스럽다. 코미디 속에 재난물의 느낌이 묻어나는 주객전도된 기분이랄까.
     
    다이나믹한 편집이 영화를 마취했을뿐,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그 매직은 쉽게 풀린다. 그리고 남는 건 충분히 재밌음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모호한 뒷맛. 그게 2% 아쉬웁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