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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건용의 '킹콩을 들다'
    영화|애니|TV 2009. 7. 30. 03:52

    이 영화, 진국이다. 먹지 않아도 어떤 맛인지 알고, 먹어도 딱히 후회하지 않는다. 단 촌스럽고 때때로 느끼하며 더부룩하다. 컨벤션한 장르의 공식에 충실할수록 영화는 진국이 되어간다. 그만큼 원조와 닮아간다는 이야기.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지만, 새롭고 독창적인 맛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념을 치는데, 요즘 한국 스포츠 영화는 소재주의(특히나 실화)라는 식상하고 간편한 재료로 때우려 한다. 역도라는 비인기 개인종목을 들고 온 [킹콩을 들다]는 그 양념 외엔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선수, 열정과 신념에 가득찬 지도자, 쟁쟁한 라이벌(혹은 고난과 시련)의 등장에, 마지막은 감동 깊은 명승부로 장식된다. 자,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스포츠 영화/ 혹은 만화의 세계관이다.
     
    최초의 야구단, 비운의 복서, 성정제성이 흔들린 씨름선수, 억울한 금메달, 문제투성이 학교 특활 태권도부, 교도소나 고아원 축구단 등 한국에서 나온 여러 스포츠 영화들도 고만고만했다. 할리우드도 찾아보면 널리고 널린 게 실화 소재의 스포츠 영화다. 그만큼 원조 논쟁 필요없이 장사가 된다는 이야기다. 아쉬움을 따져본다면야 믿도 끝도 없지만, 실화가 가진 감동과 허구의 에피소드들을 효율적으로 재조립시킨 공만큼은 뻔하디 뻔한 영화를 만들었어도 인정받아야 한다. 배짱없이 안전빵 신파로 밀어붙인 감독의 소심한 데뷔작이지만, 그런 진국도 아무나 끓이지 못하는 것을. 숙달된 조리법과 기본 실력을 갖춰야만 하는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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