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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민의 '살인마'
    영화|애니|TV 2009. 7. 20. 23:43

    김기영과 이만희만 있는 게 아니다. 이용민도 있다. [살인마]는 진정 60년대 가장 빛나는 한국 호러/스릴러 중에 한 편일 것이다. 와이드한 화면에 담아낸 공간 연출력과 과감한 동선, 흑백의 음영을 이용한 표현주의적인 디테일에, 거리낌없는 다양한 시각효과까지. 전통적인 방식의 한국 괴담류 스토리를 굉장히 다이나믹하면서도 이질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짜임새 넘치는 구조 또한 참신하고. 호기심을 유발해 끝까지 끌고 가면서 클라이막스를 놓치지 않는 대담한 연출력은 할리우드 뺨친다.
     
    초반 짧은 미술관 씬은 [드레스드 투 킬]을 연상시켰고, 흘러내리는 초상화나 들판에서 귀신들 춤추는 장면을 삽입한 시도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만큼이나 초현실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게다가 여성들에게 무능력하게 휘둘리는 '악역 전문' 이예춘의 모습이나 젊은 의사랑 눈이 맞은 바람난 '인자한' 시어머니 정애란의 자유성은 여성상위의 면모까지 느낄 수 있는 과감한 캐릭터의 접근법으로 65년에 제작된 영화의 제작년도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놀랍다.  이처럼 창의적이면서 시대를 앞서간 영화였다는 게.
     
    이용민 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격하게 보고 싶어졌다. 따로 추모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그의 호러 페르소나가 이예춘이었다는 것도 더더욱 놀라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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