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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무라 쇼헤이의 '검은 비'
    영화|애니|TV 2009. 7. 13. 23:59

    1989년엔 두 편의 '검은 비'란 영화가 만들어진다. 하나는 할리우드에서 '블랙 레인'으로, 다른 하난 일본에서 '구로이 아메'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지만, 검은 비가 상징하는 바는 똑같다. 일본이라는 전후 상황에 대한 특수성. 이마무라 쇼헤이는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무뚜뚝한 화법으로 그 심각하고 무서운 원폭 피해 가족들과 동네 이야기를 때론 코믹하면서도 때론 애잔하고, 때론 섬뜩하게 담아내고 있다.
     
    강렬한 대비의 흑백 화면은 올드한 시대 상황을 커버해주는 동시에, 인물들의 비극적인 정서를 더 부각시키며, 클로즈 샷이 거의 없다시피한 영화의 넓은 앵글은 동선의 미학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영화로부터 거리를 둬 객관화된 시점을 계속 유지한다. [간장선생] 때도 그랬지만, 묵직하고 민감한 상황의 이슈를 이처럼 한발 빗겨가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연출력과 진정성이 놀랍다. 봉준호도 그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자 비가 내렸다. 검은 비 만큼이나 우울하고 우중충한 시대 상황을 씻어내리고자 하는 듯한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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