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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 시간을 넘겼다. 눈 뜨고 있은 지.
어제 낮 11시에 시작한 하루는 도통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머리 속은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듯 갑갑하고 흐릿하며,
뻑뻑해진 눈에선 계속 눈물이 주룩주룩 내린다.
판단력은 비오기 전 날씨마냥 흐려질 대로 흐려지고,
입으로 들어가는 게 골판진지 음식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더욱 엿같은 건 졸려운데도 막상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
너무 피곤할 때 잠 못이루는 뒤숭숭함처럼
자야할 시기를 놓쳐버린 지금, 그렇게 평소에 괴롭히던 몽마(夢魔)는
홀연히 내 곁을 떠나버렸다.
시뻘게 진 두 눈을 비비며 좀비처럼 어기적거리고 배걔를 껴앉고 있는
난 지금 D.O.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