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하길종의 '병태와 영자'
    영화|애니|TV 2009. 3. 12. 19:36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젊은이들의 고충은. 결혼을 앞두고 사회로 나서는 그들은 자신만의 예쁜 고래는 덮어두고 현실이란 차거운 망망대해와 마주한다. 어떻게 노 저어 갈지, 누굴 태워 갈지, 그리고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넘실대는 파도와 곧 닥칠 시련의 폭풍우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그런 의미에서 씁쓸하고 가녀린 젊은 날의 초상을 담았던 [바보들의 행진] 이후 4년만에 돌아온 속편 [병태와 영자]는 씩씩하다. 여전히 고민도 하고 흔들리지만, 전에 없이 행동하고 움직인다. 그것이 젊음이라는 듯, 그것이 진짜 바보라는 듯, 고뇌하던 지성과 양심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 방향을 찾아 좌충우돌 힘차게 행진한다. 이 영화는 그 다짐의 표출이자 맹세고, 지장이자 선언과도 같다. 비록 유작이 되어 바보들의 행진은 여기서 끝나고 말았지만.
     
    치열하게 몸으로 부딪치며 저항하고 답을 찾았음에도, 결국 꺾여버린 천재의 한풀이는 그 시절을 거쳐온 모든 이들에게 안타까움으로 남았으리라. 하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기 보단 정말로 예쁘고 소중한 고래를 찾아 훌쩍 떠나버린 건지도 모른다. 추모전 동안 그의 전작을 훑으며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