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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도 에이이치의 '13인의 자객'
    영화|애니|TV 2009. 2. 24. 04:51

    소수가 다수와 싸워 이긴다는 이야기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위기와 시련 속에 더 크고 많고 강한 적들과 맞닥들이며, 미션 임파서블의 고개를 지나, 생사결의 문턱에서 해피 엔딩이라는 찬란한 햇빛을 맞이할 때의 쾌감과 희열은 주인공이나 관객이나 모두 일체화돼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농축액과 같다고나 할까. 일본 참바라 영화들은 사무라이와 막부 시대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이런 활극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구도 에이이치는 구로사와 아키라와는 또 다른 결연하고 장중한 느낌으로 리얼리티에 입각해 인상 깊은 액션을 선보인다.
     
    시네마스코프의 와이드한 화면에서 지미집이나 스태디캠도 없던 시절, 직접 들고 뛴 강렬한 핸드헬드로 담아낸 단내 나는 비주얼은 박진감 넘치고 생생하다. 몇 번의 칼질에도 쓰러지지 않고, 지칠 때로 지쳐 기품없이 헉헉대고 피 튀기며 고함 지르는 초라한 투견(鬪犬)의 모습에서 비로소 진정한 전장의 의미가 부여된다. 협(俠)의 세계, 명예와 명분을 위해 싸우는 그들의 알량한 자긍심 앞에 나타난 죽음의 허무한 그림자를. 그 많은 인원의 동선과 합을 통제해가며 절제되고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인 구도 에이이치를 보며 새삼스레 저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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