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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빗 핀처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애니|TV 2009. 1. 13. 22:32

    빌 게이츠는 말했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그것에 익숙해져라 라고. 아니 그전에 찰스 사이크스가 먼저 외쳤던가. 냉정하고 잔인한 말이지만, 사실 사는 게 그렇다. 누군 운 좋고 잘 풀리고, 누군 재수없고 먼저 간다. 인생은 나그네길. 벌거숭이. 그래두 옷 한벌은 건졌잖소. 80대 노인 몰골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인생을 짊머진 벤자민 버튼의 고된 길을 느릿느릿 잔잔하게 반추하는 이 흥미로운 서사극 역시 그 진리에 힘을 실어준다. 불공평하지만 익숙해지면 살아볼만 하다는. 유머와 사랑, 시간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가장 중대한 테마를 솜씨 좋게 버무려 놓은 채.
     
    데이빗 핀처는 대가로서의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고전 할리우드 서사극을 보듯 2시간 40분이 넘어가는 방대한 러닝타임 동안 한 사람의 일생을 간결하면서도 리듬감있게 스케치해가는데, 장자의 호접몽처럼 내가 그 일생을 대신 산 듯 진이 다 빠진다. 편집과 음악, 연출, 연기와 CG 모두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며, 공감각한 묘사의 달인인 그답게 장소 하나하나가 세심하고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그가 자라온 요양소나 일생의 발판이 된 예인선, 그리고 러시아의 호텔과 아버지의 단추 공장, 단란한 연립주택, 무용교습소, 병원까지도.
     
    환상적이고도 아름답고, 애잔한 영화의 놀랄만한 흡입력과 매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진실의 한조각을 머금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브라보, 아워 라이프! 멋진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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