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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 포스터의 '퀀텀 오브 솔러스'
    영화|애니|TV 2008. 11. 22. 12:18

    뺀질거리는 바람둥이 젠틀맨 첩보원이 막무가내 노동자삘 킬링머쉰 첩보원이 되어 돌아온 건 시대의 소명이자 유행 때문이었다. 유머는 보다 형이상학적 냉소를 품게 되었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총과 Q가 만들어준 특이한 발명품은 몸빵과 신용카드에 밀려 뒤전이다. 아이러니컬하다. 세련되고 발전된 것을 택하기 보다 점점 더 투박해지고 거칠어진다. 하지만 시리즈가 살아남기 위해선 변해야 한다. 원전 그대로의 보존이 아닌, 점차 조금씩 변해가는 그 모양새를 보는 즐거움. 그런 재미가 5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프랜차이즈만이 가진 마력이다.
     
    마음의 위로 한조각을 애타게 원하는 본드는 복수를 그 방법으로 택한다. 사랑과 임무 사이에서 언제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던 여유 넘치는 본드는 없다. 믿음과 직감 하나로 밀어붙이는 아드레날린 만땅의 본드만이 남았을 뿐이다. 감정을 더욱 쉽게 감추고 무뎌질수록 그는 뺀질거리는 바람둥이 젠틀맨으로 거듭날 것이다. '퀀텀 오브 솔러스'는 그 과도기적인 본드의 내면을 담아내는데 주력한다. 마크 포스터가 감독으로 초빙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007은 어디까지나 007이다. 작가가 오고 아티스트가 붙어도, 쏘고 부시고 벗고 즐거우면 장땡. 이 시리즈에서 그보다 더한 미덕은 없다. 마크 포스터가 잘 했는가? 그건 성적이 증명해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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