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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귤.
    음식|스포츠 2008. 10. 29. 22:00

    오랜만에 울집에서 후식으로 나온 귤. 아니 벌써 귤이 나오다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좀 차졌다 생각은 했지만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정말 딱 재주소년 才洲少年 말대로 벌써 귤 시즌이 찾아왔다는데 놀랐다. 아직 방 한 구석에선 모기가 쒱 활기치고 다니는데, 다른 한 편에선 벌써 겨울을 알리다니. 계절이 무너지고, 자연법칙이 깨지는 혼돈의 시기, 그래도 시간은 가는구나 싶어 조금 서글퍼졌다. 그러나 이내 방 안 가득 퍼지는 달콤새콤한 귤 향기와 귤즙에 노래지는 손을 보며 차거운 겨울 뜨스한 방바닥에 누워 귤 까먹고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세월의 무상함이 쉽게 지워져 갔다. 기분 좋은 후각은 망각을 대동하고 오나보다.
     
    그 귤향기를 오랜만에 다시 맡았더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나네. 찬 바람에 실려 떠나갔던 내 기억. 1년이 지나 이제 생각나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나는 얼마나 고민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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