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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들리 스콧의 '바디 오브 라이즈'
    영화|애니|TV 2008. 10. 23. 23:38

    거짓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아군과 적군의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사느냐 죽느냐 오로지 그것만이 중요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현대 전장에서 펼쳐지는 그 찰라의 무서움과 긴장감을 담담하고 냉철하게 조감한다. 숙달된 연기 조교 두 명과 늙었지만 아직 노병이라 말할 수 없는 현역 감독, 그리고 완벽한 스탭들이 뭉쳐서. 어느 때보다 작전과 전술이 중요한 시기, 이익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붙고 찢어지는 유동성이 심한 정보화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사실'이 우리가 알고 믿고 있는 '사실'과 같은지 영화는 짙은 의구심과 회의감을 던진다.
     
    규모의 미학을 자랑하는 할리우드답게 임장감 넘치는 사운드와 거기 있는 듯한 극사실적인 비주얼을 선사하지만, 그저 단순한 액션스릴러 블럭버스터로 치부할 수 없는 찜찜함이 배어있다. (영화라는) 거짓을 만드는 이들이 (또 다른) 거짓을 만드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러니에 대해 보다 명확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현실과 닮아질수록 영화는 불편해지는 법이다. 이제는 거장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을 리들리 스콧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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