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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미의 '미쓰 홍당무'
    영화|애니|TV 2008. 10. 16. 17:21

    삶은 희극이다. 내가 겪지 않는 한. 당사자는 슬픈데 보는 사람은 웃긴다. 남의 울음은 나의 웃음이고,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웃음은 때론 그렇게 잔인하고 가학적이다. 동정이란 일말의 네거티브 감정을 품기도 하지만 이는 나의 안일(安逸)이 확보됐을 때 부릴 수 있는 여유이자 사치일뿐, 내 삶이 비극으로 변하는 순간 타인에겐 희극이 된다. 아 이 고단한 시트콤 인생. 세상 사람들 모두 다 채플린의 애수를 연기하고 있고, 거울상에 반사된 자신의 우는 얼굴을 보며 웃는다.
     
    온갖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짊어진 안면홍조증의 주인공 좌충우돌기를 다룬 '미쓰 홍당무'는 그런 코미디다. 슬퍼지면 질수록 더 웃겨지는, 이질적인 양면성이 도드러진 희극이다.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를 일갈하고 더 열심히 살 것을 종용하며 실제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악바리의 비도덕적인 일탈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욕망과 본질을 간신히 숨겨온 캐릭터들은 근성과 자기도취로 똘똘 뭉친 막무가내 그녀 앞에서 무력화되고, 실수하며, 무너진다. 해결이라는 방법을 제시하진 못하지만 그녀의 행동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을 비춰보는 각성이야 말로 '미쓰 홍당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아님 소심한 나만 그랬던 걸까...;;;)
     
    괴팍하고 성(性)적이며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어바웃 어 걸'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페이소스와 넘치는 에너지를 다량으로 함유한 탱탱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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