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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형진의 '트럭'
    영화|애니|TV 2008. 10. 6. 17:17

    '트럭'은 스릴러로서 좋은 조건들을 싣고 출발한다. 경제적으론 넉넉하지 않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소심한 남자가 위기에 위기를 거듭한다는 전형적이고도 박진감 넘치는 개요를 짜놨기에. 이런 얘기일수록 만든 이나 보는 이는 모두 가학적인 변태가 되어간다.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심장이 쫀쫀해지니 더 재미있으니까. 물론 '트럭' 도입부도 이에 아주 충실하다. 놀이터에서 때마침 나쁜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간 딸아이는 픽 하니 쓰러지고, 치료비 구하러 고광렬 흉내낸 도박판은 전공인 화투가 아닌 포커를 하지 않나, 성질부려 깽판 놨더니 마침 살인 현장을 목격해 시체 투기라는 덤탱이까지 썼는데, 아슬아슬한 여행길에 태운 길동무는 이병헌 똘마니였던 살인자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 저질러 놨으면 수습을 해야하고, 벌려 놨으면 덮는 게 이 세상 인간사의 당연한 이치인데, 이 영화 그런 문제에 도통 관심이 없다. 어차피 삶이란 우연의 연속일뿐 부처님 말씀만큼이나 태평한 자세로 쉽게 넘어가려는 속셈은 변태(?)가 되어가려는 관객의 심리를 조롱이라도 하려는 듯 번번이 보는 이에게 방해로 다가온다. 이야기를 종결시켜야 하는데 캐릭터도 흐지부지, 개연성도 흐야무야.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의 허망함은 소주 마시고 生오이 안주로 술 깨는 기분이랄까. 좋은 한국형 장르 영화를 만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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