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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
    책|만화|음악 2008. 10. 5. 23:35

    가상 역사 소설은 많지만, 이처럼 좀비물에 대입해 다양한 콜라주를 뽑아낸 작품은 없을 것이다. 조지 로메로의 좀비물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이 소설은 필경 우습고 잔학하게 보일지 몰라도 어설프게 고어적인 효과만을 노린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다. 윤리적이고 공황적인 딜레마를 다루며 인간과 사회에 짙은 페이소스를 던져준 로메로의 (초기) 좀비 3부작처럼 리얼하고 풍자적이며 사색적인 뉘앙스를 진하게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류 인플루엔자와 광우병 같은 바이러스가 설치는 현 시점에서 좀비는 그런 것들에 대한 점잖은 은유일런지도 모른다. 인터뷰와 보고서라는 구체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생생하고 다양한 시선을 담고 있으며, 현실의 국제 정서나 각 나라별 현황들을 꼼꼼하게 다뤄 가벼이 읽히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중압감도 준다.
     
    그럼에도 엔터테인먼트로서 역할 역시 포기하지 않는데, 이런 바탕에는 현 세계 정서와 허울뿐인 휴머니티에 엿 한방 먹이는 작가의 뻔뻔스럽고도 대범한 조롱과 유희 정신이 가득하기 때문일 듯 싶다. 미국이 삽질하고, 쿠바가 제일의 부국이 되며, 남아공에서 개발한 인종차별 정책이 구원책이 된다는 아이러니야말로 환상적이고 신랄한 현실 비판이 아닐까. 좀비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국제 정서가 어떤 꼴로 돌아가는 지 약간 이해한다면, 더욱 더 신명나는 리얼리티 코믹 다큐멘터리로 다가올 듯. 좀비 같은 무뇌아놈들이 설치는 국내 현실을 다룬 대한민국 편이 나온다면 대박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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