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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
    책|만화|음악 2008. 10. 4. 23:34

    이 양반, 대단하다. 사이버 펑크에 느와르를 혼재시킨 세계관에, 까칠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필력이라니.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SF 버전을 원했다면 바로 이 느낌이랄까. 간지와 낭만이 살아 숨쉬던 30년대 미국 뒷골목 느낌을 우주선이 두둥실 떠다는 미래에 완벽하게 이식해냈다. 술과 담배, 콜걸과 어두운 범죄는 안드로이드와 가상 섹스, 업둥이로 치환돼 주인공의 머리를 아프게 하며, 주먹과 총질은 더욱 업그레이드돼 공룡과 분자 와이어로 주인공의 육체를 아프게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믿는 구석은 배짱과 독설뿐인 없는 마초적이지만 한편으론 따스한 주인공이 마음껏 활약하는 대로망 스펙타클 SF 어드벤쳐 액션 하드보일드 스릴러.
     
    오락적인 재미와 철학적인 주제를 둘 다 포기하지 않고, 경쾌하면서도 묵직하게 달려가는 이 소설은 굳이 이런 류의 영화나 애니 '블레이드 러너'나 '다크 시티', '카우보이 비밥'을 예로 들지 않아도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관에, 짙은 휴머니즘을 깔고, 고전적인 주제를 모던하고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풍이 인상적인 작품. 뒤늦게 접한 내 짧은 견문에 비통하고 애달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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