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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우의 '모던보이'
    영화|애니|TV 2008. 10. 2. 22:20

    아무리 나라가 어렵고 힘들어도 개개인의 삶은 존재했으리라. 일제치하 35년간에도 매사 독립만을 염원하고, 또는 반대로 나라 팔아먹을 변절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닌, 공부도 하고, 사랑도 하고, 웃기도 하며, 춤도 추고, 즐기기도 했던 이면의 삶이 있었을 것이다. '모던보이'의 원작인 이지형의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는 바로 그런 부분을 담아내 참신한 시각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줄곳 다뤄온(그래봤자 두 편뿐이지만) 정지우 감독이 눈여겨 본 건 바로 그것으로, 나라의 독립보다 사랑이 먼저였던 남자 이해명과 대의를 품고 있지만 자신의 삶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던 여자 조난실의 이야기를 화려한 비주얼로 포장해 멋드러지게 담아내고 있다.
     
    경험하지 못했던 그 시절 그 세계를 풍부한 미장센과 효과적인 CG로 담아낸 영상만큼은 박수칠 만하지만, 정지우 감독 특유의 불친절한 내러티브로 인물들을 구축해가며 상업적인 대작 영화를 접근해간 만듦새만큼은 박수를 못쳐주겠다. 보다 쉬운 드라마의 개연성과 감정의 명확함을 드러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들을 '일부로' 피해 모호한 혼돈 속으로 밀어넣는 연출적 욕심 때문이다. 대중적이고 리드미컬한 호흡을 피해 자신만의 어조로 판타지를 풀어내는 정지우의 예술적 판단은 이 시대 이 정도 위치에 오른 한국 대중영화 감독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지만) 독이다. 판단은 관객 몫이니까, 어디 스코어나 지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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