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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보낸다는 것.
    잡담 2008. 9. 10.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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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간 우리 곁을 해로하던 차가 떠나는 날, 하늘에서 비는 내리지 않았다. 무심하게도 햇빛이 반짝반짝, 더운 기분이 조금 들던 가을날이었을까. 대신 마지막임을 알았기 때문인지 끝을 향해 달리던 그 거리는 최근 3년간 돌던 그 어떤 거리보다도 길고 멀었다. 다시는 함께 하지 못할 그 순간을 음미라도 하듯 빠르고 스므스하게 자유로의 뻥 뚫린 도로를 질주했다. 무뚜뚝하고 그리 감상적이지 않은 아버지라서 어떤 기분으로 마지막 드라이브를 마쳤는지 모르겠지만, 88년부터 함께 해오던 두번째 차를 떠나보내던 마음만은 시원섭섭했겠지 짐작해본다. 아직도 시동을 걸면 쌩쌩하니 멋진 엔진 소리를 들려주던 녀석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안재환씨의 자살 소식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다. 어 왜 이 사람이.. 잘 웃고 인상 좋아보이던 양반이었는데. 왠지 모를 공허하고 뜬금없는 생소한 데자뷔. 전혀 다른 느낌이겠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참 슬픈 일이구나 싶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리고 떠나보낸 나의 첫번째 '키트'에게도 작별을 고하며. 너무나도 슬픈 말 '빠이빠이'를 중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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