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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무라 류헤이의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영화|애니|TV 2008. 8. 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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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이 주는 느낌은 묵직하고 장중하다. 묵시록적이며 고딕적인 분위기가 염세적인 인물들과 만나 비극을 향해 달리는 지옥문 특급과도 같다. 아비귀환과 사필귀정에 이르는 악의 구렁텅이가 아닌 그저 처음부터 존재해왔던 순수한 악과 피 그 자체다. 지옥은 천국의 반댓말이 아닌 그저 다른 차원의 무지막지한 세계관일뿐. 현실과 한끗 차이의 공포와 고통만이 있을뿐 사실 지옥과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다. 클라이브 바커는 그 접점을 그대로 담담하게 적어내려 간 것이다.
     
    기타무라 류헤이가 '피의 책'중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설마스러웠다. 그는 묵직함과는 거리가 멀다. 가볍고 빠르며 감정을 떠나 비주얼적이다. 클라이브 바커와 맞닿는 지점이라고는 고어적인 면 정도랄까? 역시나 완성된 결과물도 빠르고 가볍고 고어적이다. 클라이브 바커의 줄거리를 잘 가져오긴 했지만, 고딕적이고 염세적인 배경과 인물들은 다 날라가고 [버수스]나 [아즈미]에서 보였던 1대 1 대결의 쾌감과 시각화된 공포만이 남았다. 스멀스멀 기어가듯 세파에 찌든 욕망과 절망감이 가득했던 클라이브 바커의 뉴욕 지하철은 이종격투기와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할리우드식 잔인한 고어만이 남은 피칠갑 지하철로 바꿔 달린다. 하긴 현실이 변하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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