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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발을 샀다.
    잡담 2008. 8. 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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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 우리 학교는 검정색 농구화를 못신게 했다. 학주가 아침마다 교실을 돌며 구두닦이처럼 신발 수거를 해갔다. 학생들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도, 신발이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도 돌았다. 발이 편해야 공부도 잘한대나. 값비싼 운동화가 불티나게 교무실로 집합하던 시기였다. 덕분에 학주 아들내미만 신났다는 불신감마저 돌았다. 별 게 아닌 게 다 교칙위반에, 금지가 되곤 했다. 질풍노도의 그 때, 매와 규율로 통제하던 그땐 핸드폰도, 디카도, 교육청 투서도 없었다. 그저 열혈 부모님의 치맛바람이 대세로, 봉투의 두께에 따라 촌스럽고 아날로그틱한 차등만이 이뤄졌었다.
     
    그렇게 그때 갖고 싶었던 검은색 조던 에어 농구화는 아니지만, 신으면 전교 1등이라도 할 거 같았던 편안함은 아니지만, 푸시푸시 공기 소리가 멋스레 울려퍼지면 전교생이 쳐다보던 그때가 아니기에,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던 컨버스화를 집어들었다. 신발 하나 사며 이런저런 시덥지 않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가던 무지 더운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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