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고교 시절 독서실에서 몰래 듣던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온
'Africa'의 부드럽고 세련된 이국적인 멜로디는 칸막이로 둘러쌓인 입시와 경쟁의 공간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머리가 굵어지며 처음 가져본 망상의 자유. 5분에 이르는 짧은 시간 동안 갇힌 육체를 탈피해 한번도 가지 못한 아프리카 상공을 떠돌며 꿈을 꾸었다. 내가 처음 접한 토토(toto)는 자유였다.
그 후 'I'll be over you', 'Rosanna', 'I won't hold you back' 등을 접하며 토토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매료된 나는 종종 현실의 만만치않은 벽과 부딪칠 때마다 마지막 도피처의 티켓으로 그들의 음악을 이용하곤 했다. 그들의 처연한 가사와 귀에 박히는 멜로디는 내게 많은 위로와 격려를 주었고, 또 다른 내일을 바라 볼 수 있게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어제 토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연이 서울에서 있었다. 참석하지 못해 무척이나 슬프지만, 하루종일 그들의 노랠 들으며, 공연 후기를 읽으며, 아쉬운 맘을 달래본다.
그들은 노래에서 언젠가 잊을거라 말했지만, 그들의 노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