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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와시마 마코토의 '800 Two Lap Runners'
    책|만화|음악 2008. 4. 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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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 그렇게 등수놀이를 싫어하는 내게 달리기는 고문에 가까웠다. 잘 달리고 못 달리고를 떠나 아예 달리고자 하는 의욕이 없었으니까. 이 둔한 몸치가 그나마 나아진 건 고등학교에 들어서며부터다. 그렇다고 천재적인 준족의 실력을 보였던 건 아니고, 단지 체력장 때문에 조금이나마 점수를 높이려면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슬픈 10대 후반의 초상. 근데 그땐 거의 그랬다. 젊음을 불사르며 육체를 마음껏 발산하기엔 너무 멍청했던 거지. 아님 현명했거나.
     
    평균 이상의 운동 신경을 보유한 그들은 경이의 대상이자 초능력자다. 인체 내 근육 구성 비율부터 틀리며, 반응 속도와 감각 그리고 승부욕까지 남다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현실에선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 질주하는 그들과 나는 시간 자체가 다를지도 모른다. 한떨기의 바람꽃 같은 인생을 질주하는 그들은 타고난 본성에 지배되는 다른 욕구의 계층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몸의 숙명을 가진 자의 희열과 비애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려는 범인(凡人)의 갈망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저 육상 경기나 쳐다보거나 이렇게 소설로나마 풀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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