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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오던 날.
    잡담 2008. 1. 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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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사촌동생이 대학 시험을 본다고 학교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던 길, 그냥 들어오기 적적해 혼자 남산 한옥마을을 조금 걸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재주소년 1집을 듣고 있자니 겨울 내음이 한층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왜 추운 남극 벌판에 서있는 펭귄 사진보다 성애가 잔뜩 낀 교실의 난로와 끓는 주전자 사진에서 더 춥고 아늑한 겨울 기분이 나듯, 재주소년의 포근하고 따스한 노랜 청량하고 차거움을 강조하는 어느 다른 겨울 노래들보다 더 계절에 잘 어울린다.
     
    영롱하고 감미로운 포크적 감수성, 어떠한 기교도 없는 건조한 저음의 목소리. 덤덤하면서도 풋풋한 가사. 느릿하면서도 쉬운 멜로디. 이것들을 솜씨 좋게 버무린 제주 출신의 듀오는 '눈오던 날' '귤' 등을 통해 겨울 풍경을 추억 속 앨범 사진을 꺼내보듯 아련하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바꿔낸다.
     
    춥지만 기분 좋은 아침 산책길. 훌쩍 간만의 외출명륜동 언덕으로 조깅하러 갔다 켈라드리안 숲에 들려 페어리 왈츠를 구경하고나면 이 추운 겨울은 사라진 계절이 되진 않을까.

    덧) 새벽에 길을 나면서 기상대 난리나겠군 싶었는데, 역시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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