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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니스 루헤인의 '코로나도'
    책|만화|음악 2008. 1. 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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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 대한 묵직하면서도 어두운 포스를 무럭무럭 안겨주는 데니스 루헤인의 글발은 새벽 3시 심야 라디오 DJ의 나지막한 목소리 같다. 이내 맞이할 밝은 아침을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어둠이라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처럼 조용하면서도 강직한 울림을 갖기 때문이다. 우울하면서도 쌉씨한 인물군상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는 결코 유쾌한 작가가 못된다. 그렇다고 속사포처럼 쏴대는 랩처럼 독한 맛을 지니고 있지도 않고. 그저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지하철역 길바닥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면 추적 60분 속의 아이템마냥 어마어마한 이슈 보따리를 풀어내는 도시 빈민층의 제보자 같단 생각뿐이다. 그가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진실을 가진.
     
    이 단편집은 그러한 심증을 더욱 굳게 만든다. [미스틱 리버][살인자들의 섬]과 달리 파편적이고, 탈구조적이지만, 충동적이고 욕망이 꿈틀대는 인간의 더러운 측면들을 더 예리하고 짙게 포착해내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이야기와 상황들을 나열하고, 때론 뒷통수 때릴만한 반전들을 숨겨놓지만,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의 다층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내면의 심리다. 이런 인물들을 그려놓는 것만으로도 단편을 묶어내는 솜씨가 루헤인의 장기인 셈이다. 쉽게 가시지 않는 악취처럼 머리 속에 들쩍끈하게 남아 며칠동안 괴롭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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