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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오라 최요삼.
    잡담 2007. 12. 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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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카운트 펀치가 턱 중앙을 맞춘다.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자세를 고쳐 잡았으나, 다리 스텝이 엉켜버렸다. 긴장 때문에 어깨가 굳어버리고, 상대는 그걸 알았는지 다시 한번 턱을 노린다. 매서운 눈빛에 독기 어린 주먹. 때마침 시작된 펀치드렁크는 머리를 울리고, 주위를 에코로 만들어 버린다. 여러 개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지만, 어느 게 진짜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묵중한 강타. 목이 꺾이며 느낀다. 좋은 주먹이라고. 광대뼈와 이빨 사이 공간에 정확하게 내리꽂힌 타격에 자세 잡기 전에 무게중심이 뒤로 쏠린다.
     
    아프다. 이빨이 시리고 코 끝에 몰리는 피 때문이 아니다. 바닥에 쓰러지며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시선 때문만도 아니고. 멍자국에서 느껴지는 철분 가득한 피내음 때문만도 아니다. 혼자 짊어지고 가야할 무게감에 압도된 공포와 상처뿐인 영광에 대한 회한 때문이리라. 중력의 제약에서 잠시 벗어나 허공을 날았던 몸은 쏟아지는 조명 위에 찬란한 고요를 음미한다. 안식. 그리고 또 안식. 그러나 끝이 아니다. 다리가 흔들리고 귀찮고 힘들지만 습관처럼 일어선다. 첫 걸음마를 떼는 아이마냥 비틀거리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지만, 끝내야 할 경기가 있기에 다시 지친 몸을 이끌고 링 한가운데로 걸어들어 간다.
     
    다시 일어서라, 최요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챔피온.
    당신의 선전에 모든 사람들이 응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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