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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바사키 토모카의 '그 거리의 현재는'
    책|만화|음악 2007. 12.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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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사건사고]를 보게 된 건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다나카 레나가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지만, 의외로 영화에 더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제목과 달리 하루 하루와 평범한 젊은 군상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상업영화에서 아무렇지도 않게(긴장된 플롯과 특출난 에피소드 없이)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래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변화없는 일상성에 많은 이들은 지루함을 느낄지 몰라도, 진정 중요한 삶의 순간은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사건사고가 아닌 그 이면에 차곡차곡 쌓인 두터운 일상의 틈새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반복돼 쌓이지 않으면 모를 아주 작은 불균질함 속에서 말이다. 그런 디테일을 잘 포착해낸 섬세한 이 영화가 난 정말 맘에 들었다.
     
    [오늘의 사건사고]는 시바사키 토모카의 원작 소설로 읽지 못했지만, 그 아쉬움을 [그 거리의 현재는]으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이 소설 역시 특별한 사랑이나 만남, 이별 이야기나 드라마틱한 삶의 순간은 나오지 않는다. 28살 우타의 평범한 일상이 짧은 분량으로 담백하게 스케치됐을 뿐이다. 직장에서 짤리고 알바로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그녀는 사랑도 꿈도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과거 오사카 사진을 모으는 그녀의 소소한 취미만이 '삶은 지속된다. 우리가 없었던 때도, 앞으로 없을 때도.'의 명제를 만족시키며 생의 확신을 심어주는 셈이다.
     
    우리는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오늘의 사건사고보다 더 소중한 내 순간들을. 그리고 그 거리의 현재에 있는 내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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