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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리노 나쓰오의 '암보스 문도스'
    책|만화|음악 2007. 12. 1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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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밀히 말하자면 이 단편집은 추리소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밀, 섹스, 음모, 배신, 추억, 소외, 사랑과 공포를 다루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냉정하고 노멀하기 때문에. 소설 어디에도 스릴과 트릭을 느낄 수 없다. 대신 어떠한 범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기리노 나쓰오만의 다크 월드가 존재할 뿐이다. 비등점에 다다른 뜨거운 소재들을 이처럼 차갑고 비정하게 내뱉는 그녀의 문체는 매혹적이다. 거부감이 들 정도로 톡 쏘는 와사비 맛과 같다.
     
    그녀만의 강렬하고 일탈적인 여성 캐릭터는 여전하고, 일반적인 모럴을 손쉽게 뒤집는 인간의 탐욕과 시기로 점철된 세상 역시 그대로다. 부정적이고 삐딱한 세계 속에 살아 숨쉬는 군상들은 치졸하고 더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를 묘사하는 그녀의 시선은 지극히 담담하고, 가라앉아 있다. 그러기에 읽기엔 깔끔하지만, 지독한 뒷끝을 남기나 보다.
     
    7개의 단편 모두 제각각 독특한 매력이 있지만, 가장 맘에 드는 건 '사랑의 섬'과 '독동', 표제작인 '암보스 문도스'다. 강하고 드라이하며 깔끔한 한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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