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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남는 일력, 낭비하기 아까워 어머니께서 특별히 고용하셨다. 김장 잡역부로. 보수는 저녁밥. 그런 게 어딨어 항의하려다 그나마 저녁밥마저 날라갈까봐 열심히 일했다. 무채 밀고, 깍두기 썰고, 배추 나르고, 팍팍 무치고. 4년제 출신의 고급 인력, 김장 하나 제대로 못담궈 여기저기 채인 서러운 하루였다.좀 쉬려고 컴퓨터를 켜고 앉았는데, 오른손이 부르르 떨린다. 환태평양 지진대가 요동치는 진도 6.3의 세기로. 아.. 난 지식의 상아탑과 부모의 따스한 품 안에서 너무나도 곱게 자랐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