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학창시절 과제로 나오는 독후감 책들이 그렇고, 청소년 필독도서들이 그렇고, 참고서가 그렇다.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몸은 거부하지만 머리론 읽어봐야 되지 않겠어? 강요하게 되는 서적들이 있다. 내겐 경제/실무 서적이 그렇다. 부자 아빠 이야기나 몇 살 때 꼭 해야 할 50가지들이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그거 읽는 동안에 내가 좋아하는 거 하나 하기도 힘든 짧은 인생인데. 일주일만 하면 누구 따라하느니 난 그냥 내 방식 대로의 삶을 고수하겠다. 그런 멍청한 책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려는 마스터베이션용일 뿐이다.
그럼에도 - 그 구구절절 뻔한 엄마 잔소리 같은 책들이라도 억지로 펼치는 건, 내 자신의 나약한 심성과 달리 세상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 생각하는 내 이성 덕분이다. 혹시나 정말로 끝까지 보다보면 좋은 정보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크기에, 글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알 수 없어도 꿋꿋히 졸린 눈을 비비며 간신히 끝까지 보는 셈이다. 경제 서적도 마찬가지. 원론적인 이야기에 나 잘났다는 자기 과시용 글이지만, 한자락의 희망을 잡고 정독해도 남는 건 허탈감뿐이다. 성공한 그들이 나와 뭐가 달라 외치면 그 위치에서 돈과 명예를 가지고 책을 냈단 사실일뿐. (하긴 돈, 명예, 여자면 세상의 모든 것이긴 하지만...) 그래 오냐 독하게 맘먹고 살아주마!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난들, 좀 있으면 난 그들이 더욱 될 수 없단 자괴감만 텍사스 들소떼처럼 밀려오니 사실 진짜 이런 책들 내겐 소용없다.
작업 때문에 오랜만에 경제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다. 어제는 삼성 관련 서적 3종을 빌렸다. [삼성의 인재 경영], [세계를 움직이는 삼성의 스타 CEO], [이건희]. 예전의 까칠하고 부담스런 느낌과 달리 술술 읽혀서 조금 놀랍기는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삼성에 취직할 것도 아니고, 르뽀 작가가 될 일도 없는데, 뒤늦게 김용철 뒷북 치는 이 기분은 또 뭘까. 이놈의 삐딱선은 언제쯤 가실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