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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 속의 공포.
    잡담 2007. 10. 16.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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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살던 20여년이 넘은 집 부엌엔 바퀴발레가 살았다. 득실거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밤에 불을 켜면 교실에서 장난치다 선생의 등장에 후다닥 앉는 양마치마냥 어둠 속으로 몇마리가 기어가곤 했다. 약 뿌리고, 끈쩍이 놓고, 연막탄도 써봤지만, 살아있는 화석답게 쉽게 사라질 족속들이 아니었다. 그래도 낮엔 거의 보이질 않으니 생활하는데 그리 큰 불편은 못 느꼈다. 특별히 무섭다 생각치도 않았고.
     
    근데 그 날따라 밤에 배가 고팠다. 야식이 자꾸 땡기는 거라. 참다 참다 도저히 참아서 난 형과 함께 부엌으로 내려갔다. 불을 켜기 전 무의식적으로 발을 내밀었는데, (그날따라 양말도 안신었다!) 무언가 발에서 빠찍! 거리며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201 순간접착제처럼 순식간에 굳는 몸, 온 몸에 돋아나는 소름들, 그러면서도 맨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작은 생명의 발버둥과 이걸 어떻게 떼내나? 에서 멈춰버린 사고(思考)까지. 내게 총체적인 패닉이 찾아왔다. 옆에 있던 형, 자기 생전에 그렇게 핏기 가신 얼굴은 처음 봤다고.
     
    바퀴는 내 인생 가장 무서운 존재다. 요샌 불을 켜기 전에 어디고 절대 발을 내밀지 않는다. 어둠 속의 공포를 몸소 체험했기에. 그리고 양말을 꼭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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