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안토니오 까를로스 복남.
    잡담 2007. 8. 27. 22:54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양이, 기르고 싶다. 미치도록. 고양이 관련 서적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탐독했고, 고양이 관련 카페에도 가입했다. 매번 웹서핑 중 일정 시간은 고양이 사진 보는 데 쏟는 것 같고, 때론 각종 고양이 상식 좀 늘리려고 공부 아닌 공부한다. 심지어 길가다 길냥이라도 납치해볼까 두리번거린 적도 몇십번이다. 문제는 가족들이 모두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내 시도는 언제나 시도에 그치고 만다.
     
    왜 우리집 식구들은 고양이를 싫어할까. 아니죠~~ 동물 자체를 싫어한다. 털 날리고, 똥 못 가리는 생물 자체들을 극도로 기피한다. 더럽고, 하등하고, 징그럽다는 게 그 이유. 암만 그렇지 않다고 인터넷 켜놓고 사진과 동영상 보여주며 교육 아닌 교육을 시켜도 도로아미타불. 미치겠다. 에드거 알란 포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전 국민의 호러 소설 [검은 고양이]에 세뇌된 중생이 얼마나 많은지, 고양이는 왠지 불길한 동물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래서 사대주의식 교육이 문제다. 게다가 백수가 기르는 백수틱한 고양이라는 동물의 라이프 스타일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부모님의 말씀. 일백푸로 옳습니다. 고양이가 쫌 건방져 보이고 무위도식하는 백수틱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저 대신 돈 벌러 일 하러 가는 것도 우숩잖아요? 대꾸했다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그렇다고 이에 굴할 수 없다. 고양이는 비록 없지만, 곧 생기리란 기대에 일단 이름부터 지어놨다. 조석 [마음의 소리]에 나오는 '김정남 곤잘레스 게레로'에 자극받아 화려하고 멋드러진 고양이 이름을. 안토니오 까를로스 복남!  (두둥) 그게 앞으로 생길 내 고양이 이름이다. 안토니오 까를로스 복남. 얼마나 우아하고 고상하고 멋진가. 고양이도 없는데, 집안 구석구석에서 벌써부터 부르고 다니자 식구들은 날 미친놈 취급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몇개월 놀더니 드디어 얘가 실성했구나. 그래도 난 침대에서도, 컴퓨터 앞에서도, 밥 먹으면서도, 온갖 구박 다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내 고양이 안토니오를 부른다. 그게 러시안 블루가 될지, 아메리칸 숏헤어가 될지, 노르웨이의 숲이 될지 몰라도. 어여 빨리 한마리 입양해야겠다. 이러다 진짜 生으로 미친놈 되겠다.
     
    기다려라, 안토니오 까를로스 복남!! 내가 널 데려온다. 기필코. 아니 결단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