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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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책|만화|음악 2009. 12. 13. 18:03
최근 몇년간 유행이 되다시피한 일본소설의 붐 안엔 언제나 그의 이름이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 미스터리의 한국 침공에 녹록지 않은 역활을 해낸 첨병. 주력 장르인 미스터리, 스릴러 외에도 유머, 환상, 로맨스 및 단편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의 다재다능한 필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찍어낸단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작품수를 자랑한단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작품질이 다소 들쑥날쑥한 편이지만, 공통적으로 쉽고 빠르게 읽히는 페이지터너로서 장점만은 잃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최근 들어 기교와 구조에 치중하는 면이 없지 않은 감도 있지만, 비교적 초기작에 해당하는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한정된 시간과 적은 인물, 제한된 공간에서 과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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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의 살인'책|만화|음악 2009. 12. 7. 23:23
1300 페이지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 시공간을 뒤흔드는 구조, 그리고 복합적인 서술의 혼용은 확실히 이전의 슬림하게 잘 빠진 퍼즐북 느낌의 관 시리즈와 다르다.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 수수께끼의 건축물, 밀실 미스터리에 인간의 검은 욕망이 결합된 특유의 형식은 여전하지만, 암흑관은 보다 이 시리즈 자체의 근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따라 배경은 두터워지고, 서술은 산만하며, 트릭이 약해진 게 사실. 더욱이 총정리 및 앞으로의 예습격인 뉘앙스라 관 시리즈를 전혀 모른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 십각관과 시계관을 제외한 나머지 관 시리즈는 절판!) 그럼에도 막판에 펼쳐지는 그 오랜 기다림의 끝엔 달콤한 열매가 있으리라. 일본 특유의 복잡하고 그로테스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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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외딴섬 퍼즐'책|만화|음악 2009. 1. 5. 23:42
순서대로 읽는 편이 더 좋았을 법하지만, 도서관이라는 게 맘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데가 아니라서 데뷔작 '월광 게임'보다 먼저 집어들었다. 아야츠지 유키토와 함께 일본 신본격 추리의 붐을 일으켰던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엘러리 퀀처럼 말미에 독자에의 도전장을 날리는데, 그 당시 상당히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시도였으리라. 증거를 감추지 않는 정정당당함, 논리정연한 수수께끼, 다잉 메세지와 범인의 동기 등 순수한 퍼즐적인 요소는 (임팩트는 다소 약하지만) 고전 추리소설이 가졌던 품격과 묘미를 전해주기 충분하다. 고립된 섬에서 펼쳐지는 연쇄살인 클리셰야 이젠 코난이나 김전일 류의 만화에서 하도 써먹어 지긋지긋할 법도 하지만, 그 분위기가 선사하는 빅재미와 특유의 익숙함은 몇십번 반복돼도 일품! 이게 밀실의 매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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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책|만화|음악 2008. 12. 4. 02:46
다수결, 인기, 유행이라는 걸 그다지 신봉하지 않는다. 대중의 일방적인 흐름에 휩쓸리는 우매한 감정 뒤에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외로움 혹은 유대감이 자리 잡고 있어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믿기에. 하지만 그만큼 무언가 사로잡는 것이 있어 그런 정서적 맹점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진짜로 짙은 울림의 정서가 순수하게 공유되어 만들어낸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흐름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트렌드를 무시하지만, 트렌드를 주시한다. 내게 일본 소설의 유행은 그런 트렌드의 경계였다. 하지만 미미 여사의 경우는 다르다. 그것이 '화차'나 이번에 읽은 '이유'인 경우엔 더더욱. 정말로 빼어나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맛 봤다. 하나의 단순한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시작한 '이유'는 그 사건에 얽힌 모든 사람들의 다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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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책|만화|음악 2008. 10. 17. 23:17
긴다이치 코스케의 살인 방조(?)는 계속되지만, 이야기는 더욱 농밀해지고 원숙하다. 중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즐겨 다룬 전래 동요에 연쇄 살인을 대입한 마더구즈식 플롯을 활용해 본격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도덕적인 규율과 사회풍자적인 요소를 함유한 전래동요는 교육을 빙자해 때론 잔혹하고 가끔 폭력적인데, 이런 가삿말이 살의와 어울러져 묘한 댓구와 은유를 갖게 만든다. 예지자의 통찰력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아기의 두려움을 연상케도 하는 동요의 존재는 일본 특유의 폐쇄적이고 봉건적인 분위기와 결합해 고즈녁한 저녁놀 적막감 속에 스멀스멀 기어오는 단말마처럼 느껴진다. 고전 본격 추리소설의 특징인 꽉 짜인 구조와 극적인 스토리, 의외의 범인 삼박자는 물론이거니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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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책|만화|음악 2008. 9. 20. 16:30
그가 가는 곳에 살아남는 자는 거의 없다! 탐정이면서도 살인을 방조한다고 엄청나게 지탄(?)을 받아온 긴다이치 코스케. 진상을 미리 알아챘다면 막을 생각을 해야지 묵묵히 자신의 추리가 맞았나 틀렸나 곱씹는 모습(?)만 보인 김전일의 할아버지. 그래서 나 역시 그에게 돌을 던졌다. 땡기는 뒷목을 잡고서 '사건이 마무리된 뒤 정리 해설해주는 게 탐정의 역할은 아닐텐데' 중얼거리며. 그런 이유로 그간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을 멀리 해왔는데, 지난번 이치가와 곤 감독의 [이누가미 일족]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어랍쇼. 이것봐라. 재밌는데. 그래서 붙잡은 게 긴다이치 코스케의 등장이 가장 적다고 알려진 '팔묘촌'. 역시나 그의 역할은 사건을 정리 해설해주는 것일뿐, 여전히 민폐 캐릭터다. 대신 타츠야의 1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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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의 '영원히 사라지다'책|만화|음악 2008. 8. 5. 23:04
11년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여자가 사라진다. 반전에 반전. 그 묘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구조의 미학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캐릭터와 플롯의 정교한 교차 설계만이 뒤집어졌을 때 쾌감을 더한다. 반전은 독자가 아닌 작가가 호흡을 쥐고 가는 게임이기에 노련한 기교와 숙달된 미스디렉션이 필요하다. 미국 3대 미스터리상을 모두 석권한 할런 코벤은 이에 능한 작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 터지는 물음표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엔딩을 미리 들쳐보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복선과 암시를 미리 깔아놓고 뒤에 이를 활용하는 솜씨도 제법이고, 가장 마지막장 에필로그까지 숨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경제성 또한 훌룡하다. 다만 너무 꼬아놨다. 설명적인 부분도 많고. 시원스레 뚫리기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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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섀도우'책|만화|음악 2008. 7. 21. 23:51
병으로 죽은 아내의 장례식 이후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 가족과 친구, 사람과 사람 사이 숨겨진 이면 사이로 드러나는 오해와 추악한 사건 그리고 진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라는 명제에 걸맞는 미스터리 드라마. 제 7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느릿한 전개 속에서 시점을 교차하며 죄어가는 구조의 맛이 일품인 소설이다. 뭐지? 왜그러지? 라는 궁금증을 한가득 담고 클라이막스로 향해가던 이야기는 중반 이후 탄력을 받아 질주하다 못해 폭주한다. 이런 류의 미스디렉션 misdirection 트릭을 구사하는 작품들 중에서 다소 반칙이 아니냐 지적해도 할말 없는 결말에 다소 맥이 빠지긴 하지만, 일단 흡입력과 몰입감에선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떠올리게 할만큼 재미있다. 물론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