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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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브로의 '아이언맨'영화|애니|TV 2008. 5. 1. 02:29
여름이 왔다. 올해는 좀 빠르다. 철새도 아닌 것이 때 되면 영웅들도 같이 온다. 그래도 이들의 귀환은 언제나 반갑다. 스타와 화끈한 볼거리, 사랑 그리고 눈물과 배신, 성장이 담긴 종합선물 세트이기에. 목 빠지게 생일선물 바라는 아이 심정으로 두근두근 극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나이 먹은 지금도 매한가지다. 올해 여름의 포문은 [아이언 맨]이 열어제꼈다. 난 그 선물 포장지를 신나게 벗겼고. [아이언 맨]은 잘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 영화다. 샘 레이미나 브라이언 싱어, 크리스토퍼 놀란 만큼의 내공은 없지만, 그렇다고 브렛 레트너나 마크 스티븐 존슨, 팀 스토리처럼 멍청하지도 않다. 존 파브로가 배우로서 고만고만한 코미디 조연 배우였는진 몰라도, 감독으로선 이미 앞선 두 편의 PG 등급 영화를 성공으로 이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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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모렐의 '테이큰'영화|애니|TV 2008. 4. 20. 23:19
지금 한국에서 [테이큰]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4월 비수기가 도래했기 때문이 아니다. 보수 우경화의 득세로 정치를 관람하는 시선이 변했기만도 아니고. 그저 그간 일어났던 일련의 납치, 강간, 살인에 두려워하던 소시민의 공포와 두려움을 해소시켜줄 매개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아버지상, 가족을 그리워 하면서도 표현 못하던 그 큰 뒷모습, 그 속에 담긴 부정(父情)이 그리운 것이다. 이건 람보나 코만도 류의 하디 보디(hard body)에 대한 경탄이나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힘의 논리와도 조금 다르다. 자경단이되, 보다 진화된 개인주의적인 AT필드(보호막)의 발현인 셈이다. 단순한 힘자랑으로서 월드 폴리스의 오지랍이 아닌 방어 기재에서 작동하는 고독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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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창의 'GP506'영화|애니|TV 2008. 4. 3. 06:39
[알포인트]는 전형적인 장르 영화에서 한발 빗겨난 공포와 스릴 그리고 처절한 감정과 반목을 다룬 휴먼 드라마였다. 호러의 탈을 쓴 채 추악한 진실의 이면을 가리키는 그 속엔 전쟁의 무의미한 살육과 소속의 압박 그리고 정서적 공황을 맨살 드러내듯 부끄럽게 고백하는 진솔한 울림이 들어있다. 공수창을 안병기나 다른 호러 신인 감독들과 다르게 만든 건 우리네 아픈 기억을 건드릴 줄 아는 날카로운 시선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두번째 군대 호러 [GP506]은 군의문사라는 묵중하고 좋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행군하다 길 잃은 부대원마냥 엉뚱한 곳을 헤매인다. 폐쇄된 공간 속에 담긴 진실하고도 추악한 본질을 포기한 채, 껍데기만 남은 공포와 스릴를 쫓기에 급급한 것. 진짜로 무서운 건 깜짝 놀랄 만한 사운드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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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의 '추격자'영화|애니|TV 2008. 2. 18. 22:00
이 피비린내 물씬 풍기는 나홍진의 데뷔작은 월척이다. 척박한 한국 장르영화 토양에 뿌려진 봄비며, 앞으로 싹틀 한국형 스릴러에 지대한 토양분이 될 것이다. 신인감독 특유의 패기와 신선한 발상,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부족하지만, 장르 자체에 대한 정공법적인 접근과 블랙 코미디와의 교배, 그리고 우직한 내러티브로 에너지틱한 영화를 완성해냈다. 그리고 그 역할에 가장 큰 힘을 보탠 건 두 배우의 열연과 촬영/조명의 위력이다. 김윤석은 그냥 들끓는 무쇠솥 같고, 하정우는 차갑게 식은 커피 같다. 이들을 담아내는 빛과 그림자는 지극히 건조하지만 예리하며 그들의 숨소리마저 담아낼 만큼 생생하다. 다만 너무 긴 러닝타임과 조악하고 계산되어진 현실 비판, 독창성 부재가 아쉽다. 드라이하고 거친 한방은 느껴지지만, 얼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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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 라이만의 '점퍼'영화|애니|TV 2008. 2. 16. 21:21
각종 슈퍼히어로와 뛰어난 능력자들이 판치는 할리우드 세상에서 새로이 발 붙이기란 쉽지 않은 법. 단순히 텔레포트 능력만을 선보이는 [점퍼]는 그래서 약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검증 받은 스티븐 굴드의 탄탄한 원작이 있는 만큼 더그 라이만은 기존 능력자들 영화들과 차별화를 꽤했다. 짧고 스피디한 진행에, 스케일이 느껴지는 다양한 로케이션, 반박자 빠른 현란한 비주얼로 승부를 본 것. 히어로물로서 강한 임팩트를 남기겠단 욕심보단 아기자기한 재미에 주력한 셈이다. 88분 뿐이 되지 않는 짧은 런닝타임이 말해주듯 미드 [히어로즈] 에피소드 중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다. 힘에 대한 각성과 콤플렉스, 막중한 책임감과 같은 전통적인 히어로물의 전례를 따르는 대신 엔조이 마이 리이프에 대한 설파와 캐릭터들의 날아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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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리브스의 '클로버필드'영화|애니|TV 2008. 1. 24. 23:17
이 영화는 놀이기구다. 전후좌우 사정 필요없이 스릴과 긴장만을 위해 존재하니까. 값싼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만든 이의 의도까지 똑같다. 이야기의 힘이 아닌, 경험하고 탈 것의, 체험의 힘이 강하다. 논리와 이성은 필요없고, 플릇과 캐릭터는 최소화되었다. 대신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못지 않게 멀미나는 캠코더 시점을 도입해 현장감을 살리고, 단계별 스테이지 구성을 영리하게 배치해 공포의 강도를 높혀갈 뿐이다. 전쟁의 생중계, UCC의 대중화로 무엇보다 간접 경험의 기회가 넓어져만 가는 시기. 미드 [앨리어스]와 [로스트]로 떡밥의 귀재, 아니 낚시의 황재로 자리잡은 에이브람스가(혹은 할리우드가) 포착해낸 재미는 생존이다. 테러와 재난이 펑펑 터지는 요즘 현실에서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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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페라라의 '복수의 립스틱'영화|애니|TV 2008. 1. 13. 23:41
많은 사람들이 복수담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건 가장 오래된 함무라비 법전부터 내려오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원초적인 단죄의 의식이 숨겨져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심판자의 입장에 서서 용서와 보복이라는 양극단의 결과를 선택하고 선고할 수 있는 복수의 테마는 그런 의미에서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지닌 감정의 집약체이자, 절대자를 동경하는 미천한 인간에게 있어 매혹적인 힘의 집약체로 비춰지기도 한다. 현재의 법은 보복주의에서 배상주의로 다소 완화(?)되었다지만, 죄를 지면 처벌받는다는 기본 정신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아벨 페라라는 이 고전적이고 드라마틱한 소재에 전혀 관심이 없다. 초기작 [드릴러 킬러]에서도 드러나듯 [복수의 립스틱]에서 그가 집착하는 건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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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아메리칸 갱스터'영화|애니|TV 2008. 1. 1. 23:53
[아메리칸 갱스터]는 70년대판 '히트'다. 거울 반대편에 마주 선 남성들의 비지니스 얘기를 본질로, 70년대식 [대부]나 [프렌치 커넥션]같은 양념 맛을 뿌린 충실한 할리우드 장르영화다. 동시에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과 역동적인 디테일도 품고 있다.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고, 삶의 방식과 본질에 대해 되묻는다. 누가 옳고 나쁜지가 아닌 누가 승자고 패자인지. 느리고 묵직한 전개에 대비되는 인물들을 촘촘히 박아 넣어 미국 현대사의 이면에 감춰진 거대한 범죄 사건을 충실히 재현해낸다. '아메리칸 갱스터'라는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제목이 아깝지 않게. 화끈하고 감각적인 맛은 없지만, 노련한 대가들의 숙달된 내공과 역량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그런 면에선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이 떠오르기도 한다. 고전 장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