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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홍진의 '추격자'
    영화|애니|TV 2008. 2. 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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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피비린내 물씬 풍기는 나홍진의 데뷔작은 월척이다. 척박한 한국 장르영화 토양에 뿌려진 봄비며, 앞으로 싹틀 한국형 스릴러에 지대한 토양분이 될 것이다. 신인감독 특유의 패기와 신선한 발상,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부족하지만, 장르 자체에 대한 정공법적인 접근과 블랙 코미디와의 교배, 그리고 우직한 내러티브로 에너지틱한 영화를 완성해냈다. 그리고 그 역할에 가장 큰 힘을 보탠 건 두 배우의 열연과 촬영/조명의 위력이다. 김윤석은 그냥 들끓는 무쇠솥 같고, 하정우는 차갑게 식은 커피 같다. 이들을 담아내는 빛과 그림자는 지극히 건조하지만 예리하며 그들의 숨소리마저 담아낼 만큼 생생하다.
     
    다만 너무 긴 러닝타임과 조악하고 계산되어진 현실 비판, 독창성 부재가 아쉽다. 드라이하고 거친 한방은 느껴지지만, 얼얼하기만할 뿐 진정한 아픔을 주진 못한다. 이 영화에서 독소가 뿜어져 나오는 더 짧고 징글징글하며 매콤한 맛을 기대했다면 내 욕심이 과한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보기 힘든, 성공적인 데뷔작인 것만은 분명하다. '웰메이드'란 이런 데 갖다붙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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