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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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비어 헌터 이기종의 유럽맥주 견문록'책|만화|음악 2010. 9. 21. 05:31
다리 부상 이후 알콜을 전혀 입에 대보지 못한 관계로, 술에 관계된 책이라도 읽으면 그런 갈망이 좀 가시겠지 싶어 집어들었는데 오판이었다. 세상에 이런 둘도 없는 미련한 짓이라니. 한밤중에 음식 짤방 보고 잠 못이루는 밤을 맞이하는 기분에다 때 마침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전기통닭 냄새가 스며드는 꼴이었다. 눈으로 그리고 활자로 읽는 맥주의 부드럽고 알싸한 목넘김이란 참 메마른 체험이도다. 귀에선 벌써 쏴아아 하니 탄산이 올라오는 환청이, 손에는 공기와 맞닿아 촉촉히 이슬이 맺히는 기분좋은 착각이 생생했다. 목울대가 절로 젖혀지며 마른 침이 넘어가는 나는야 디오니소스의 승냥이. 오 제발 한 모금이라도 실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렇게도 실감나게 써놓으면 읽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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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레몬.음식|스포츠 2008. 4. 19. 03:15
새로 나왔다길래 집어 들었다. 날씨는 덥고, 작업은 안되고, 마음까지 심란한 날, 딱 누구랑 술 마시면 자폭할만한 상황. 간단하게 맥주 1병이면 기분 업 정도는 되겠지 싶어 쓰레빠 끌고 편의점에 갔더니 이게 보였다. 코로나에 레몬, 혹은 카프리 레몬 그리고 호가든을 좋아하는 나로선 최적의 선택. 더군다나 3.9%라는 착한 도수까지. 시원하게 얼려 홀짝이니 세상이 내 것이로구나. 그간 밍밍한 라이트와 머리 아프던 레드를 내놓으며 나에게서 멀어져갔던 카스, 다시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끝맛에서 느껴지는 레몬향이 시원한 게 여름밤 잠 못이룰 때 마셔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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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홀릭.음식|스포츠 2007. 12. 5. 03:53
예전만큼 술을 못 즐긴다는 건 슬픈 일이다. 바커스에 이를 정도로 마셔대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술자리만의 요란뻑쩍지근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정말 안타깝다. 언제 이 잔을 비워야 하나. 얼마나 더 마셔야 할까. 다시 몸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같이 마시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이제 그 자리가 낯설고 불안하다. 예전처럼 달려보고도 싶지만, 한번 사는 인생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하냐란 충고에 한없이 겸허해지고 만다. 그냥 집에서 영화 보며 간단하게 맥주 두어캔 비우는 정도, 바에서 맛나는 칵테일 몇 잔 마시는 정도, 아니면 와인 1잔에 치즈와 비스켓 뜯는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내게 음주 생활은 이제 유치원생의 세발 자전거 타기만큼이나 얌전해진 셈이다. 주량의 정확한 정의는 뭘까. 제정신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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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흑맥주.음식|스포츠 2007. 8. 9. 01:53
지난 5월 이후 금주를 선언한 뒤, 조금 울쩍한 기분을 갖거나 센티해져도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게 꽤나 불편하다. 그렇다고 건강을 포기하면서까지 깰 수도 없는 일. 대인 관계 있어서도 맥주 1잔(375ml) 이상은 절대 안 먹고 있는데, 이게 보통 불편하고 뻘쭘한 일이 아니다. 에헤. 맨 정신으로 백수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슬픔을 누가 알리오. 그래서 어차피 많이 마시지도 못하는 거 비싼 거라도 먹어보자는 생각에 기네스 흑맥주를 질렀다. 오리지널 흑맥주라는 사실에 감격하며. 처음 따서 들이켰는데,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들었던 건 우왓! 진짜 씁쓸하다!!란 생각뿐. 그럼에도 목넘김은 상당히 부드러운 게 특징이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부드럽지만 쓴 맛에 풍부한 향 정도랄까. 게다가 안에 흰 공 같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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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든.음식|스포츠 2007. 2. 15. 17:43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벨기에産 맥주 호가든(Hoegaarden). 기분이 산뜻할 때 가볍게 마셔주면 파워 업!! 된다고나 할까. 강하고 비린 맥아의 맛보단 부드럽고 상쾌한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맥주다. 그런 이유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듯 싶은데... 뒷맛에서 느껴지는 오렌지 향도 깔끔하고, 거품도 부드럽고 맛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욱이 이 맥주는 효모 발효의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 육각 글래스에 반쯤 따르고, 나머지 병에 든 걸 흔들었다가 다시 따라 마셔야 제 맛이라는 거!! 일도 안 풀리고, 꿀꿀한 기분 탓에 어제 조금 마셨는데... 그대로 자버리고 말았다. 아하. 데드라인이 내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