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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중의 '비어 헌터 이기종의 유럽맥주 견문록'
    책|만화|음악 2010. 9. 21. 05:31

    다리 부상 이후 알콜을 전혀 입에 대보지 못한 관계로, 술에 관계된 책이라도 읽으면 그런 갈망이 좀 가시겠지 싶어 집어들었는데 오판이었다. 세상에 이런 둘도 없는 미련한 짓이라니. 한밤중에 음식 짤방 보고 잠 못이루는 밤을 맞이하는 기분에다 때 마침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전기통닭 냄새가 스며드는 꼴이었다. 눈으로 그리고 활자로 읽는 맥주의 부드럽고 알싸한 목넘김이란 참 메마른 체험이도다. 귀에선 벌써 쏴아아 하니 탄산이 올라오는 환청이, 손에는 공기와 맞닿아 촉촉히 이슬이 맺히는 기분좋은 착각이 생생했다. 목울대가 절로 젖혀지며 마른 침이 넘어가는 나는야 디오니소스의 승냥이. 오 제발 한 모금이라도 실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렇게도 실감나게 써놓으면 읽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더군다나 흔해 빠진 라거와 달리 에일 맥주는 국내에서 맛보기도 어려운데!! 참 먹고 싶은데.. 증말 먹고 싶은데.. 어떻게 구할 방뻡이 읎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돈을 많이 벌던, 복권을 타던, 몇년간 적금을 붙던, 어찌 되었건 무조건 이 책에 적힌 그곳들을 순례하며 이 모든 맥주들을 꼬옥 맛보리라 다짐 또 다짐하게 만든 - 맥주 애호가들을 위한 필독서! 결국 책 덮고 후배랑 간단하게 맥주 마시려 나갔다 치킨에, 양꼬치에, 닭X집까지 새벽까지 국내 호프 순례를 하고 말았다. 후유증(?)이 좀 있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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